[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7·30 재보궐선거는 거물들의 화려한 복귀 무대가 되지 못했다. 차기 대권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정치 거물들이 연이어 낙마함에 따라 이들의 개인적인 정치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7·30 재보선을 통해 정계 복귀를 노렸던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수원병(팔달) 후보의 낙마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민선 3기 경기도 지사를 역임한 데 이어 야당 당대표를 수차례 했던 그였기에 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됐던 수원병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손 후보가 정치신인이라할 수 있는 김용남 새누리당 당선인에 패배한 것은 더욱 뼈아픈 부분이다.
임태희 새누리당 수원정(영통) 후보 역시 이번 재보궐 선거를 정치복귀의 장으로 삼고 준비했다는 점에서는 손 후보와 차이가 없다. 당초 임 후보는 평택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공천잡음을 거치며 영통에 출마하게 됐다. 김두관 새정치민주연합 김포 후보도 연고가 없는 김포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재보궐 선거에 응했던 이유는 재보선을 제외하고는 원내에 복귀할 방법이 많지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미니총선이라는 이번 재보선을 잡지 않았을 경우에는 2016년 총선을 노려야 했기 때문이다.
세 거물의 향후 거취는 선거 패배의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세 후보 모두 본인들이 원하지 않았던 지역에 출마했다는 점에서 동정론을 등에 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단순한 후보가 아닌 대선 주자급 후보였다는 점에서 사지(死地)에 들어가더라도 활로를 개척했어야 했다는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좌절을 맛보게 되면서 이들 세 후보는 한동안 외부활동을 자제한 채 여론추이 등을 관망하며 기회를 엿볼 것으로 관측된다. 손 후보와 김 후보의 경우에는 대선 패배 이후 독일 유학을 다녀온 지 1년이 채 안 됐다는 점에서 다시 해외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업을 이루고자 하는 영웅이 실력을 키우며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것을 비유하는 잠룡물용(潛龍勿用)의 계절이 온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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