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의류 제조·판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요새 고민이 많다. 직원들의 육아부담을 덜기 위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 해 주고 싶지만, 초기비용만 약 20억원이 들어 어려운 회사 형편에 엄두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서울 소재 중소기업들이 2개 이상 모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추가 비용 필요 없이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설립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31일 오후 2시 시청에서 박원순 시장과 근로복지공단,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들과 함께 '중소기업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중소기업의 공동 직장어린이집 구축 사업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1000개의 산업단지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는 총 192만678명이지만, 이들의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집은 80여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간 정부는 직장어린이집을 늘리기 위해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또는 전체 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체에 설치를 의무화 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영세해 의무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시는 기존 근로복지공단이 중소기업에 지원하던 건물매입비의 40%, 리모델링비의 80~90%에 더해, 건물매입비의 60%, 리모델링비의 10~20%를 추가 부담키로 했다. 따라서 향후 2개 이상 중소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직장 어린이집 설치에 나설 경우 추가적 비용 부담은 사라지게 된다.
지원유형은 크게 ▲중소기업 컨소시엄형 직장어린이집 ▲산업단지형 공동직장어린이집으로 나뉜다. 컨소시험형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6억원 범위 안에서 건물매입비의 40%, 리모델링비의 80%를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은 시에서 지원한다. 구로구 G밸리 처럼 중소기업들이 몰려있는 곳에 추진되는 산업단지형은 근로복지공단이 15억원 범위 내에서 건물매입비의 40%, 리모델링비 90%를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은 시에서 지원하는 식이다.
어린이집 설치비용 뿐만 아니라 운영비용 역시 이전처럼 근로복지공단이 지원에 나선다.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한 중소기업들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지원하는 보육교사 인건비(매월 1인당 최대 120만원)와 교재교구비(월 120~520만원)를 제외한 인건비의 나머지 부분만 부담하면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보육 걱정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나 일·가정 양립이 공염불에 불과하다"며 "이번 중소기업 직장어린이집 설치 지원은 시가 앞서 개발한 저비용 고효율의 비용절감형 국공립어린이집에 이은 비용절감형 직장어린이집 모델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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