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 주민세 인상 방침…대선 공약 위배, 재정난 책임 전가, 과세 형평성 등 논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안전행정부가 주민세 대폭 인상 계획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대선 공약으로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던 박근혜정부가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세원 부족에 시달리다 내놓은 첫 증세 카드다. 안행부는 장기간 오르지 않아 '자장면' 가격 수준의 낮은 금액, 소득 증가 등 경제 여건의 변화, 복지 등 지방재정 수요 증가 등을 인상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대선 공약 위반, 과세 형평성, 지자체 잘못에 따른 재정난의 주민 전가 등 논란이 거세 계획대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행부는 현재 지자체별로 '1만원 이하'로 걷게 돼 있는 주민세를 '1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국 평균 4620만원인 주민세가 두 배 이상 오르게 된다. 강원도 삼척, 전북 김제ㆍ남원ㆍ익산ㆍ군산ㆍ무주 등 일부 지역은 현재 2000원을 걷고 있어 500%가 인상되는 셈이다. 주민세는 현재의 기준 금액이 정해진 1999년 이후 동결된 상태다.
안행부는 8월 중 입법 예고를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주민세를 올릴 계획이다. 늘어나는 세수는 약 11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행부는 지자체들이 재정부족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을 의식해 16년 동안 지방세를 최저 수준으로 동결해 놓는 바람에 물가 인상ㆍ소득 수준 향상ㆍ경제 성장 등 제반 여건에 비해 지나치게 금액이 적다는 점을 인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을 위한 지자체들의 지출이 증가하면서 주민들이 받는 혜택도 늘어난 만큼 주민세를 더 걷는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이라는 주장이다. 또 복지 등 지자체들의 재정 수요가 늘어난 반면 경기 침체로 주요 지방세수인 취등록세가 급감하는 등의 상황도 근거로 들고 있다.
안행부 산하 한국지방세연구원의 임상수 연구원은 "그동안은 부동산 경기 호조 등으로 지자체가 여력이 있어서 주민들에게 저렴한 금액의 주민세를 걷은 것으로 일종의 혜택을 줬던 것"이라며 "대폭 인상이긴 하지만 워낙 금액이 적어서 주민들의 부담도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행부 측의 이 같은 주장은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우선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던 박근혜정부가 이를 어긴 채 가장 손쉬운 월급쟁이들의 '유리 지갑'부터 손을 대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자체장들의 치적쌓기식 전시ㆍ낭비 행정 등으로 생긴 지방 재정난의 책임을 주민들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액 자산가, 재벌, 대기업 등에 대한 과세를 늘리지 않은 채 국민 전체에게 일괄 증세하려 한다는 '과세 형평성' 논란도 거세다.
신원기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정부가 가장 손쉽게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부분에 손을 댄 것 같다"며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지만 이를 어기면서 국민들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비록 작은 금액이지만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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