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환류세제' 해외 투자분 공제 제외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투자분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기업 현실을 무시한 처사로 특히 정부가 주장했던 글로벌 기업 양성화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정책이 구한말 외국 문물의 국내 유입을 막았던 쇄국정책을 빗대 '역(逆)쇄국정책'이란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전일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공제대상에서 해외 투자분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이 당기 이익의 일정 부분을 투자나 임금 증가, 배당으로 쓰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둘 경우 세금을 매겨 기업의 소득이 가계 등 다른 경제부문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그러나 해외 투자의 경우 국내 가계소득 증대 등 제도 취지와는 동떨어진 만큼 투자 인정 범위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경제시대에서 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 체계에 따라 생산거점을 어디에 두는지 판단하고 있는데 강제적으로 국내 투자만 하라고 한다면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외 투자에는 공장 건설 등 시설 투자, 해외 인프라를 활용한 연구개발(R&D) 투자, 해외업체의 인수합병(M&A) 등이 모두 포함된다.
만약 이번 세제의 공제 대상에서 이 모든 부분이 제외된다면 기업 활동 즉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지위 상실은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조차 상실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검토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물론 이미 해외공장이나 글로벌 연구개발센터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애플, 구글 등이 수조원에 달하는 매물을 인수하고 중국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하게 M&A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검토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M&A 전략에 발이 묶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가 많은 점이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강제적으로 국내 투자만 하라고 한다면 기업 자체가 망해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면서 "목적은 알지만 논리 자체가 맞지 않고 기업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와 국내 투자를 별개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해외 투자를 통해 오히려 국내 수요를 더 증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전기, 전자, 자동차 부문의 산업내 무역을 증진시키며 2년 안에 동태적 교역의 이익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최남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대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산업내 무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해외직접투자가 제조업 전체 산업내무역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는 평균 32%, 전기ㆍ전자ㆍ자동차 산업에서는 평균 40%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해외직접투자와 산업내무역의 보완관계는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내수시장 한계를 극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며 "대기업의 해외직접투자로 유발되는 국내 중소기업들과 해외현지기업간의 유기적인 상호협력관계를 통해 산업내 기업들의 생산과 고용이 증가하고, 생산성이 향상되며 경제성장률 제고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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