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수도권 직행좌석버스의 입석금지로 앞으로도 버스 증차가 계속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용부담을 전적으로 떠안는 운수업체들이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졸속행정을 추진한 국토부는 국비 보조는 어렵다는 입장이라 기존 여객운수사업자에 대한 적자보전까지 해주고 있는 지자체가 또다른 재정부담을 안게 될 상황에 처했다.
23일 국토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시행된 광역버스 입석 금지에 따라 시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까지 총 71개 노선에 259대의 버스가 새로 투입됐다.
애초 62개 노선에 222대를 증차할 계획이었으나 좌석이 꽉 차 무정차 통과하는 차량이 많아 경기 성남시 분당 등 9개 노선에 37대를 더 늘렸다. 경기도는 앞으로 승객이 몰리는 용인, 고양, 성남 등지 노선을 중점 모니터링해 필요하면 차량을 추가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중간 정류장에서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탑승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증차 버스를 투입하되 도심까지 들어가지 않고 회차할 수 있도록 서울 외곽지역에 광역환승센터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당장은 출퇴근길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버스 증차가 급선무이다. 현재 전세버스 132대 가량을 투입하고 있는 경기도는 중기적인 대책으로 50~100여대의 전세버스를 더 운행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인천시도 현재 11개 노선에 29대를 투입했으나 다음달 14일까지 3개 노선에 5대를 추가로 늘리기로 했다.
문제는 입석금지를 논의 한 지 3개월도 안돼 시행에 들어가면서 버스업체들은 가뜩이나 입석금지로 수입이 줄게 뻔한데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 지원없이 차량 증차만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인천의 A 버스업체는 “증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개선명령을 내리겠다고 해 급하게 예비차를 투입해 운행하고 있다”며 “입석 금지로 차량 1대당 수입이 최소 15~20%가량 떨어지고 있는데 여기에다 증차까지 요구하면 모든 손실은 사업자가 떠안으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경기도 버스업체들의 경우 자체 보유중인 예비차 외에 전세버스를 임대해 증차분을 채우고 있어 경영 부담이 더 큰 실정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버스 재정지원사업 자체가 지자체 이양사무라서 현행 법상 증차 지원 등에 대해 국비 보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 50조 2항을 근거로 시·도지사가 운송사업자에게 재정 지원이 가능하다며 지자체가 최적의 지원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관련법에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버스 교통체계를 개선하는 경우 등에 대해 시·도지사가 운송사업자에게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인천시는 입석금지에 따른 증차가 버스 교통체계를 개선하는 경우에 해당되는지 신중히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나 증차에 따른 버스회사의 손실보상을 위해 새로 예산을 확보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천은 준공영제인 시내버스에 지원해주는 예산만 평균 570억여원에 달하고 있다.
경기도 각 지자체들 역시 정부가 내려보낸 분권교부세와 50%씩 분담해 매년 평균 350억원을 버스회사에 수입적자분을 보전해주고 있어 증차에 따른 재정지원은 별도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차량확보며 재정 지원에 대한 대책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광역버스 입석금지정책이 결국 지자체의 재정 부담만 가중시키는 셈이 됐다.
경기도 및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가 국비지원은 어렵다고 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라는 지침도 없다”며 “입석금지로 기존 승객 수가 줄고 증차로 인한 손실까지 발생하면 요금인상 등 어떤 식으로든 버스회사에 대한 재정지원은 불가피할텐데 그 부담은 순전히 지자체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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