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17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 북한의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와 관련한 남북 실무접촉이 결렬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18일 "아시안게임 선수단과 응원단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측이 '회담 파탄행위'라고 주장하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 차기 실무접촉 날짜도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북 실무접촉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됐다. 오전에는 북측의 입장을 들은 뒤 오후에 우리 측이 기본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북한은 오전 실무접촉에서 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350명씩 보내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350명의 선수단은 지난달 10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통보한 150명보다 2배 많은 수다.
또 선수단은 고려항공 항공기를 이용한 서해직항로로, 응원단은 경의선 육로로 남측에 보내는 한편 만경봉호를 인천항에 파견해 응원단 숙소로 활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선수단과 응원단의 남한체류비용문제, 단일팀구성, 공동입장 등에 대한 입장표명은 없었다.
이에 우리 측에서는 오후에 국제관례와 대회관련 규정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본입장을 전달하고 필요사항에 대한 북측의 구체적인 설명과 확인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이 응원단 구성과 관련, 취주악단이 몇 명인지 물어보자 북한은 "회담파탄행위"라고 반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남북 실무접촉이 결렬된 것은 남측이 '청와대의 지령'에 따라 '부당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이러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대회 참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측이 실무접촉 오전 회의에서 '합리적인 제안'을 했다"며 "오전 회담에서 우리 측 안에 호응하던 남측이 오후에는 응원단 규모와 인공기ㆍ한반도기 크기를 문제 삼는 등 청와대의 지령을 받고 완전히 돌변해 도전적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측은 지령을 받느라고 오후 2시로 예견된 오후 회담을 2시간15분이나 지연시켰으며 뒤늦게 회담 탁자에 나와서는 오전에 저들이 한 말을 모두 뒤집으면서 '국제관례'니, '대표단 규모가 너무 크다'느니 하고 트집을 걸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을 놓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처음부터 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방적인 회담 결렬과 차기 접촉날짜를 잡지 않은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북한이 체육회담을 제의한 의도는 8월 한미군사훈련을 앞두고 분위기를 무마해 보려는 유화전력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어떤 결정을 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실무접촉은 진정성이 담보된 체육회담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남북이 체육분야 회담을 가진 것은 2008년 2월 베이징올림픽 남북 응원단 관련 제2차 실무접촉 이후 6년5개월 만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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