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48년 전 세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찾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KIST에서 바이오ㆍ기후변화 신기술 신산업 창출전략 보고회를 겸한 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했다. KIST는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된 기관이다. 박 대통령은 영애 시절 이곳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으나 대통령 취임 후로는 처음이다.
아버지가 '과학연구를 통한 국가발전'을 외치며 KIST를 설립한 취지를 계승해, 제2의 과학발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려는 행보다. 박 대통령은 부친의 국가발전 성과를 48년만에 업그레이드하겠다며 창조경제를 제2의 국가발전동력으로 들고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이런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KIST는 1965년에 미국으로부터 월남전 파병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1000만불의 원조를 받아 (1966년) 설립한 대한민국의 첫 번째 정부출연연구기관"이라며 "당장 먹을 것이 없어서 밀가루, 옥수수를 원조 받던 시대에 우리 청년들이 피 흘려 벌어온 소중한 원조자금을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한 소중한 곳"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정부 주도의 기초 기술개발과 보조금에 의존하는 보급 단계를 뛰어넘어 민간 주도의 본격적인 산업화와 시장 형성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민과 관이 역할분담과 협력을 통해 자생적인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KIST의 48년 역사를 담은 전시관을 찾아 관람했다. 이곳에는 연구를 독려하는 부친의 친필 서신 등도 전시돼 있다. 박 대통령은 바이오ㆍ기후변화 분야 우수 연구성과물을 살펴본 뒤 뇌졸중 환자를 위한 보행재활로봇 시연회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고령화 등 글로벌 이슈에 민관이 협력해 선제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바이오ㆍ기후변화 신기술과 신산업, 일자리를 창출해 가는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오ㆍ기후변화 전략을 바탕으로 관계부처와 민간이 함께 협력해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며, 의료ㆍ환경 등 복지서비스 산업을 확대해 가는 선순환 창조경제의 성공사례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과학기술자문회의는 지난해 9월 출범한 창조경제의 '씽크탱크'다. 회의는 매달 열린다. 박 대통령은 출범식(지난해 9월)과 제8차 회의(올 4월)를 청와대에서 주재했다.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이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그 장소로 '한국 과학기술의 요람'을 택한 것은 "창조경제 추진 속도가 다소 늦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식시킴과 동시에, 세월호 참사 후 주춤했던 국정 핵심과제 수행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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