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지난달 21일 강원도 고성 육군 22사단 최전방 일반소초(GOP)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임모 병장이 벌인 단독범행이라고 육군이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건은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번 사건을 일단락 짓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우선, 임 병장은 수류탄을 투척하고 부대를 빠져나오는데 10분이 걸렸지만 소초원 20여명은 아무도 제지하지 못했다. 하사가 임 병장에게 2발의 소총을 발사한 것이 전부다. 북한군이 침투했을 때도 망설일 것이냐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임 병장은 부대 밖으로 빠져나와 검거되기 전까지 수색대 장병들과 6차례 마주쳤다. 하지만 임 병장은 암구호를 대라는 수색대 장병들에게 "암구호를 잊어버렸다"며 둘러대고 태연하게 빠져나오기도 했다. 교전이 아닌 아군끼리 3차례 오인사격을 하는 실수도 했다. 장병들의 전투능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이 나올 법하다.
셋째, 총기난사사건으로 사망한 장병은 모두 5명이다. 하지만 5명은 모두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군은 헬기 하나 띄우지 못했다. 그나마 중앙119 응급헬기도 3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군의료체계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다.
넷째, 군 당국의 발표방식이다. 임 병장을 이송할 당시 '환자 바꿔치기'에 대해서도 누구의 지시였는지 아직 불분명하다. 임 병장의 메모장 공개여부도 "유가족의 요청"이라고 발표했지만 거짓으로 들통났다. 군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
마지막으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정상적인 부대는 그린(초록색)으로, 관심병사나 신병이 많이 들어오면 옐로우(황색)으로, 사고가 날 확률이 높으면 레드(적색)로 등급을 올리겠다"고 했다. 적색부대를 지휘하겠다는 지휘관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다. 땜질식 대책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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