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FRB가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를 점검 중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방기금금리 산정 방식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향후 FRB가 연방기금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FRB의 의도대로 시중 금리 인상을 유발할 수 있느냐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FRB가 연방기금금리 인상에 나서도 의도대로 시중 금리가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는 세 차례의 양적완화로 인한 일종의 부작용이다. 그리고 그 부작용이란 바로 지나치게 많은 초과 지급준비금(지준금)을 뜻한다.
시중 은행들은 의무적으로 일정 수준의 지준금을 FRB에 예치해 둬야 한다. 연방기금이란 은행들의 지준금 합계를 뜻한다.
FRB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시중 은행에 국채를 매각해 은행 현금을 회수한다. 이 때 국채 매입에 현금을 지출한 시중 은행들의 지준금이 부족하게 될 경우 해당 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초단기 자금을 빌려와 지준금을 채우게 된다.
이 때 은행들이 초단기 자금을 빌릴 때 지급한 이자를 FRB는 해당 은행간 거래를 중개한 브로커를 통해 집계해 '실질 연방기금금리(effective federal funds rate)'를 산출한다. 이 금리는 FRB가 시중 은행의 유동성 현황을 판단하는 근거가 돼 FRB는 이 금리를 통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한다.
FRB가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발표하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목표(target federal funds rate)'는 바로 이 실질 연방기금금리를 FRB가 어느 수준으로 유지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올리는 것은 곧 국채 매각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잇따른 양적완화로 시중 은행들에 현금이 대규모로 풀려 FRB에는 현재 초과 지준금이 쌓여있는 상황이다. 현재 초과 지준금은 2조5000달러를 넘고 있으며 은행들은 더 이상 지준금이 부족해 다른 은행으로부터 초단기 자금을 빌릴 필요가 없게 된 상황이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니 FRB가 집계하는 실질 연방기금금리도 엉터리이고 이를 기준으로 FRB가 시중 은행의 유동성을 판단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에 FRB는 더 많은 은행간 대출 거래를 포함시켜 실질 연방기금금리가 좀더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게끔 산정 방식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은 유로달러 대출 거래를 포함시키는 방안이다. 현재 은행들이 미국 내에서의 대출 거래만 산정하고 있지만 미국 은행이 역외에서 행하고 있는 대출 거래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JP모건 체이스의 런던 지점이 HSBC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거래를 들 수 있다. 유로달러 거래는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따라서 좀더 정확하게 유동성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 은행 어음이나 예금증서 거래도 포함시키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RB는 6월 FOMC 의사록에서 "통화정책 위원들은 실질 연방기금금리 산정 방식을 변경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며 "이는 좀더 확실한 하루짜리 초단기 은행 금리를 얻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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