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부동산 광풍이 한창이던 2005년. 8·31 부동산 후속대책 일환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처음 도입됐다. 2002년 9월 투기과열지구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도입으로도 잡지 못한 투기열풍을 막을 '강력한' 보완책이었다.
시장은 논란에 휩싸였다. 서민의 내집 마련 기회를 옥죄는 반시장적 규제라는 지적과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부동산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비정상적인 집값을 잡고 신용리스크 관리 목적에 도입 필요성을 옹호하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당시 금융감독당국을 출입했던 기자도 찬반 주장에 갇혀 어느 주장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한참을 헤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더욱 거세게 나갔다. 2006년 투기지역내 거액대출(6억원 초과 아파트 신규취득자금)을 대상으로 DTI를 부분 확대했고 2007년에는 주택가격과 무관하게 투기지역 및 수도권 과열지구 내에 있는 모든 아파트 담보대출에 40%의 DTI 규제를 적용했다. 여론과 전문가들 사이 찬반논란은 그 후로도 계속됐지만 몇 년 뒤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2007년 불어닥친 금융위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발(發) 금융위기로 유럽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기관들은 우후죽순 무너졌다. 반면 대부분의 한국 금융기관들은 부실로 전이되지 않았다. 강력하게 추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한몫했던 것이다.
그 뒤 수많은 규제들이 폐지되거나 완화될 때도 'LTV, DTI'는 '건드려서는 안 되는' 금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14년 6월, 최후의 보루로 남겨졌던 이 두 규제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주택대출규제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시사하면서부터다.
시장은 또다시 시끄럽다. 2005년의 부동산시장 상황과 지금은 정반대이기 때문에 완화해야 된다는 주장과 막대한 금융부채의 위험성 때문에 불가하다는 반대론이 부딪히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수술대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세'후보자의 발언 영향인지 이견을 보이던 관계부처 수장들이 검토를 해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당시 일자리 창출과 함께 내수경기 활성화를 1순위 과제로 내세웠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도 이의 일환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는 따르지 않았다. 2·26임대차 선진화방안은 되레 시장을 퇴보시켰다는 말까지 나왔다.
최 후보자가 '최후의 보루'를 들고 나온 점도 경제 회복의 타이밍을 놓치면 또다시 긴 암흑기에 빠져들지 모른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물론 LTV, DTI완화 정책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가계부채 급증의 별도 대책도 필요하고 투기를 막을만한 방안을 전제돼야 한다.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은 시장을 죽이는 부메랑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희미하게 살아있는 불씨를 살려야 될 때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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