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개막전에서 나온 패널티 킥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개최국이 유리한 판정을 받는 '홈 어드밴티지'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법하다.
13일(현지시간) 치러진 개막전에서 니시무라 유이치 주심이 브라질에 패널티킥을 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가 브라질 공격수의 '헐리우드 액션'식의 과장된 몸짓을 잡아내지 못하고 개최국에 유리한 판정을 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어떤 스포츠ㆍ경기를 막론하고 홈 어드밴티지 논란은 항상 있어왔다. 미국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월드컵과 경제'라는 보고서에서 홈 어드밴티지가 경기당 0.4골의 효과를 낸다고 분석했다. 홈팀이 원정팀에 1골 차이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0.4골은 생각보다 크다.
1930년 이래로 월드컵 개최국이 우승한 경우가 30%에 이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브라질,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등 전통 축구 강국이 홈팀일 경우 우승컵을 가져갈 가능성은 50%가 넘는다.
비즈니스위크는 심판들이 홈 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 특정 팀을 의도적으로 봐주거나 뇌물을 받는 등 부정한 행위를 했다는 뜻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만 심판도 사람인만큼 환호하는 관중의 응원과 경기장 분위기 등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심판들은 이러한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도록 교육을 받고 자기통제를 한다. 하지만 심판도 기계가 아닌 이상 모든 환경적 요인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홈 어드밴티지가 적용되는 것은 정규 경기시간이 끝난 뒤 심판 재량으로 주는 추가 시간도 해당된다. 루이스 가리카노(Luis Garicano)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 경제학 교수는 지난 2005년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토대로 심판들이 홈팀이 지고 있는 경우 추가 시간을 더 후하게 준다는 분석을 내놨다.
논문에 따르면 심판들은 홈팀이 지고 있을 경우 추가 시간을 평균보다 35% 더 줬다. 반면 홈팀이 이기고 있을 경우 추가 시간은 29% 줄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시는 '사회적 동조'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을 해봤다. 피실험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과 짜고 일제히 오답을 말하게 했더니 피실험자 역시 오답이 정답이라고 대답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수만의 관중이 열광적으로 홈팀을 응원하는 축구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축구 경기에서도 논란 없는 '과학적인 판정'이 강조되는 추세다. 이번 월드컵에는 초고속 카메라 14대로 골인 여부를 확인하는 '골컨트롤 4D' 시스템도 도입됐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홈 어드밴티지가 사라지기란 어려울 듯하다. 여전히 경기의 중요한 판정은 심판에 의해 이뤄지며 축구 경기는 심판 판단의 영향력이 비교적 큰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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