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규제 완화론자'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시사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출을 해주는 은행권의 반응은 시들하다. 지금도 정부가 요구하는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맞추기 위해 출혈 경쟁을 하고 있는데 상처만 벌리는 꼴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새로운 경제팀의 경제인식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LTVㆍDTI 규제 완화에 큰 기대감을 보이진 않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LTVㆍDTI 규제가 도입된 당시에는 부동산 시장 위축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지만 현재의 부동산 경기 하락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 및 가격 상승, 세금 제도 등 다른 원인이 주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전세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입을 보유하는 현 상황에서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수요를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못' 규제 뽑기가 부동산 경기 부양에 근본적인 치료약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은행이 부동산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혼합형을 중심으로 특판 경쟁을 벌이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완화되어 대출이 대거 몰릴 경우 은행에는 부담만 가중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발표된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 방안'의 후속 조치로 고정금리(혼합형 포함) 대출의 비중을 올해 20%, 내년 25%, 2016년 30%, 2017년 40%까지 높이도록 금융사에 요구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때문에 은행들은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비중을 맞추기 위한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혼합형 대출의 특별판매에 돌입, 금리를 연3.22~4.67% 낮췄다. 올해 1월 초 5.13~5.53%에 비교하면 최저금리는 1.91%포인트, 최고금리는 0.86%포인트 내려갔다.
외환은행도 금리 인하 경쟁에 뛰어들어 금리를 3.25~3.42%로 연초 대비 1.47~1.49%포인트 인하했다. KB국민은행도 혼합형 대출 금리를 연초보다 최고 1.29%포인트 내렸고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혼합형 대출 금리도 최고 0.86%포인트, 0.64%포인트씩 인하했다.
이런 출혈 경쟁으로도 일부 시중은행의 고정금리 주담대 대출 비중은 금융당국의 올해 목표치 20%를 아직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목표치를 채우더라도 지속적으로 비중을 높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규제 완화로 더 심화될 금리 경쟁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LTVㆍDTI 규제가 풀리면 타행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은행들의 금리 경쟁이 격화될 것이며 은행에는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급락하거나 악화되면 여신건전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중한 경제정책 운용을 주문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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