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Brazil, 월드컵토피아 그 현장을 가다.
【상파울루(브라질)=조영신기자】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항공기가 미국 로스엔젤레스(LA)를 거쳐 브라질 상파울루 구아룰류스 국제공항에 도착하는데는 꼬박 하루하고도 2시간30분이 더 걸렸다.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한 축구의 나라, 삼바의 나라 브라질은 말그대로 멀고도 먼 나라다.
상파울루 구아룰류스 국제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자 기자를 반갑게 맞아준 것은 방탄차. 모양새는 그랜저인데 마중 나온 박수창 현대모비스 차장이 방탄차라고 했다. 치안이 불안해 브라질 현지에서 근무하는 한국 직원들은 방탄차를 타고 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브라질에서 총기 소지가 합법인지 묻자, 당연히 불법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라고 다시 묻자, 그는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연간 인구 10만명당 19명 정도가 총기사고를 당한다고 했다. 브라질 인구가 2억명이니 연간 4만명 가량이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는 계산에 살짝 겁이 났다. 그는 이어 "차량 운행중 창문을 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짙게 선팅된 방탄차 내부에서 본 브라질 제1의 경제도시 상파울루 시내의 모습은 어둡기만 하다.
◇브릭스(BRICS)의 선두주자, 브라질 =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한달간의 '2014 브라질 월드컵' 대장정이 시작됐지만 브라질 경제는 월드컵 분위기와 정반대다.
월드컵 경기장은 말그대로 열광 그 자체지만 경기장 밖은 치안불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브라질 치안불안은 곧 브라질 경제가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브라질은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중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로 꼽혔다.
브릭스는 거대한 영토와 인구 그리고 천연자원이 풍부해 세계 경제가 주목했던 국가들이다.
브라질은 한국의 80배에 달하는 영토를 가지고 있고, 인구 또한 2억명에 달한다. 한국 경제 입장에서 보면 브라질 경제는 부러울 만큼 큰 내수시장과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브릭스라는 명칭이 민망한 브라질 경제 = 지난해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2.3%에 그쳤다. 월드컵이 개최된 올해 경제성장률은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과 같은 신흥국의 평균 성장률(2011년∼2014년)이 5.2%로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도 안되는 수치다.
브라질의 평균 성장률은 페루(5.9%), 칠레(4.8%), 아르헨티나(3.8%), 멕시코(3.0%) 등 다른 중남미 국가들보다도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 내부에서 본 경제지표도 밝지 않다. 브라질 중앙은행(BCB) 및 브라질 경제연구소(IBRE)는 올해 브라질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3%로 내다보고 있다.
물가 역시 불안하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6.35%. 지난해 5.91%보다 0.4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GDP 대비 재정흑자가 0.5% 내외로 예상되면서 브라질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무역 역시 불안불안하다. 지난해 브라질 무역수지는 25억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목인 원자재 가격 하락과 세계 제조업 경기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014 월드컵과 대선 그리고 2016 리오 올림픽 = 브라질 경제는 올해 2014 월드컵과 대선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와 그로 인한 경제적 후광효과를 얼마나 이끌수 있느냐에 따라 표류하는 브라질경제가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월드컵 성공 개최는 오는 10월 예정된 브라질 대통령선거에 표심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13일(한국 시간) 개막된 월드컵이 지우마 호세프 현 브라질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 월드컵과 대선은 곧바로 오는 2016년 리오 올림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월드컵은 향후 브라질 경제의 바로미터라는 게 브라질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주재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갑희 현대모비스 법인장은 "브라질은 우리 입장에, 우리 상식에서 보면 이상할 수 있지만 이들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또 그들의 삶을 살고 있다"며 "영토와 인구, 천연자원 등을 감안하면 브라질은 분명 남미 최고의 잠룡"이라고 평가했다.
이용우 현대자동차 법인장은 "브라질 경제 위축은 글로벌 경기 위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며 "7% 내외의 성장시대는 끝났지만 브라질은 앞으로 꾸준히 점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물론 전 세계가 월드컵 성공개최 여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브라질 경제의 회복 여부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기자가 직접 찾아간 상파울루 이따께롱에 위치한 아레나 꼬린치안스 경기장과 주변 지하철 역사는 미완공 상태로 개막전이 치러졌다.
브라질 현지 교민 김지훈씨는 "브라질 국민들은 월드컵에는 크게 관심이 없지만 브라질 대표팀 축구경기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개막전을 시작으로 월드컵 대회에 불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ascho@
조영신 기자 as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