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6·4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3곳을 휩쓸면서 교육 현장에 예상되는 변화 중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혁신학교'다.
혁신학교는 이번 교육감선거를 앞두고 존속이냐 폐지냐의 갈림길에 서 있던 대표적인 교육 정책으로, 혁신학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기존 교육감 체제의 지역에서 벼랑 끝에 내몰렸다가 이번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됨에 따라 운명이 바뀌게 됐다.
◆혁신학교의 개념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취지에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처음 시행한 모델인 혁신학교는 서울에는 전임 곽노현 교육감 시절 도입됐다.
학급 인원을 25명 이하로 운영하고 학교 운영과 교육 과정 운영에서 자율성을 가지며 교직원의 안정적인 근무와 행정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이 투입된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공교육의 모델은 ▲경쟁보다는 협력 중심의 새로운 학교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한 학교문화 ▲‘누구든지, 어디서나' 자기실현을 위한 맞춤형 교육 등이 있다.
◆혁신학교 현황
2014년 3월 현재 전국에서 혁신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시도 교육청은 경기, 서울, 광주, 강원, 전북, 전남 등 6개 지역이다. 경기 지역이 282개교(초등학교 142개교, 중학교 107개교, 고등학교 33개교)로 가장 많고 전북 지역 100개교, 서울 67개교, 전남 65개교, 강원 41개교, 광주 23개교 등 모두 578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혁신학교 모델을 가장 먼저 도입한 경기도는 올해에만 58개교를 신규 지정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혁신학교가 있다.
서울시는 서울형 혁신학교로 2011년 처음 시작해 2014년 3월 현재 모두 67개교(초 36개교, 중 21개교, 고 10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2011년 원당초, 국사봉중, 삼각산고 등 29개교로 시작해 2012년 신규로 32개교가 지정됐다가, 2013년에는 신규 지정이 6개에 불과해 주춤하는 추세였다.
혁신학교를 일컫는 명칭은 지역마다 조금씩 달라, 광주 지역은 빛고을 혁신학교, 강원은 행복더하기학교, 전북은 혁신학교, 전남은 무지개학교로 불린다.
◆혁신학교의 성장과 위기
기대와 우려가 한데 섞인 가운데 출발한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첫 시범도입 연도인 2006년부터 지금까지 저마다 엇갈린 평가가 꾸준히 제기됐다.
서울의 경우 혁신학교에 부정적이었던 문용린 교육감이 혁신학교가 지나친 특혜를 받고 있으며 그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혁신학교당 매년 1억~1억5000만원이 지원돼 다른 학교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으며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등 뚜렷한 성과가 없다며 4년 지정 기한이 지나면 자동 폐지되도록 할 계획이었다. 지난 3월에는 유지·보수비 60만원이 책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혁신학교 홈페이지가 예고도 없이 폐쇄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그 성과나 만족도와 관련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사례도 있다. 지난 2월25일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2013 후반기 혁신학교 중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혁신학교는 초등과 중등 모두 학생 만족도가 5년간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2013년 초등은 3.27점(5점 만점)에서 4.35점으로, 중등은 2.34점에서 3.79점으로 올랐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학교행복지수 역시 일반학교보다 높게 나타났다.
◆혁신학교의 앞날
이번 선거 기간 내내 진보진영 후보들은 혁신학교가 '창의인성교육을 바탕으로 공교육을 살리는 중요한 실험'이라 여기고 이를 모든 학교에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통적으로 약속했다.
혁신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 역시 만족도가 높은 편으로, 지역별로 '혁신학교학부모네트워크'를 만들어 이번 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들에게 혁신학교의 철학과 가치를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협약식을 맺기도 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보면 시범학교 중 혁신학교만큼 공교육 변화를 선도하는 학교도 드물다"는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의 경우 혁신학교에 대해 "교사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의 관계를 민주화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하며 "학생을 일방적인 훈육 대상이 아닌 자율성을 가진 존재로 보기 때문에 창의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됨에 따라 그간 혁신학교를 운영하지 않았던 부산, 인천, 경남, 충남, 충북 등에도 혁신학교 모델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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