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세계 원양업계에서 '무법자'로 낙인 찍힌 한국이 또 다시 시험대에 섰다. 유럽연합(EU)이 한국을 불법조업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를 최종 판가름할 EU 실사단이 다음 주 방한한다.
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날 문해남 해양정책실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부산 조업감시센터(FMC)와 수산물품질관리원 등을 찾아 현장점검에 나선다. 이는 오는 9~11일 우리나라의 불법조업국 지정 여부를 판단할 EU 실사단의 방문에 앞서 EU의 지침대로 정비됐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FMC는 정상 가동된 지 불과 열흘여밖에 되지 않았다.
세자르 래뱅 EU 수산총국 수석자문관(차관보급)을 단장으로 한 EU실사단은 9일 FMC를 찾아 어선위치추적장치(VMS)를 활용한 어선 감독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또 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EU 수출 수산물에 발급하는 어획증명서 운영실태를 살펴본다.
10일에는 문 실장과 면담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문 실장은 EU 지침대로 불법조업 어선에 어획증명서를 발급하지 않고 어획증명서 발급시 VMS 기록과 조업기록을 대조하도록 한 제도개선 사례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EU실사단의 이번 방한은 우리나라의 불법조업국 지정 여부를 평가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EU는 이번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불법조업국 지정 여부를 이달 말까지 결정, 오는 9월께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현재 EU가 지정한 불법조업국은 벨리즈, 캄보디아, 기니 등 3개국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부터 가나, 네덜란드령 퀴라소와 함께 예비 불법조업국 명단에 이름이 올려져 있다. 지난 몇년간 우리나라 원양어선이 남극해, 서부아프리카 등 연안 수역에서 제한량의 최대 4배를 남획하고 선박식별표시 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따른 것이다.
EU로부터 불법조업국으로 지정될 경우 국내에서 생산, 가공한 수산물의 EU 수출이 전면 금지된다. 또 우리나라 어선은 EU내 항만에 입항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 EU 수산물 수출액은 약 1억달러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가적 통상문제로까지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해수부는 불법조업국 지정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예비 불법조업국 상태를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받는 식으로 EU측을 설득할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EU가 우리나라의 불법조업 근절 의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뢰회복과 문제점 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방한에 앞서 현장상황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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