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훈련 첫 날 볼 배급 역할…오른쪽 무릎 부상 다 나은 듯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기성용(25ㆍ스완지시티)은 16강 진출을 위한 축구대표팀의 열쇠다. 그는 18일(한국시간)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팀의 균형을 잡고 공격과 수비를 책임져야 한다.
대표팀은 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토마스대학교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홍명보 감독(45)의 구상대로 첫 날부터 전술훈련에 중점을 뒀다. 공격을 풀어나가는 과정과 지난달 28일 튀니지와의 친선경기(0-1 패)에서 허점을 드러낸 수비 조직력을 점검했다. 왼쪽 발등을 다친 홍정호(25ㆍ아우크스부르크)를 제외한 선수 19명이 편을 갈라 수비 진영으로부터 일정한 방향으로 패스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4-2-3-1 진용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맡은 기성용이 전방으로 공을 배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중앙 수비수로부터 출발한 패스는 그의 발을 거쳐 좌우 측면에 있는 손흥민(22ㆍ레버쿠젠)과 이청용(26ㆍ볼턴), 지동원(23ㆍ아우크스부르크)과 김보경(25ㆍ카디프시티)에게 연결됐다. 기성용은 낮고 빠른 패스와 공격수의 가슴을 겨냥한 공중 볼을 번갈아가며 배달했다. 오른쪽 무릎은 다 나은 것으로 보인다. 공격에 가담하는 양쪽 측면 수비수도 그가 빈 공간을 향해 넘겨주는 패스에 맞춰 전방까지 내달았다. 러시아의 두터운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한 맞춤형 전술이다.
러시아는 바실리 베레주츠키(32)와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35ㆍ이상 CSAK모스크바)가 버틴 중앙 수비에 미드필더 세 명이 가세해 중원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한다. 홍 감독은 힘과 높이의 열세를 측면 공격진의 빠른 발을 활용해 만회할 생각이다.
역습은 물론 전체적인 공격을 풀어나가는 기성용의 패스 연결이 중요하다. 주장 구자철(25ㆍ마인츠)은 "대표팀 전술의 중심은 기성용이다. 그동안 호흡을 맞춘 공격 전개 과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기성용도 "수비진의 패스를 받아 전방에 공을 전달하는 게 주된 역할"이라며 "경기장에서 11명이 원활하게 움직이는 게 핵심인데 (호흡이)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기성용은 수비에서도 1차 방어막 역할을 한다. 홍 감독은 중앙선 부근에서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을 때를 염두에 두고 미드필드진의 효과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기성용과 한국영(24ㆍ가시와 레이솔)을 겨냥해 "2차 동작에 신경 쓰고 상대의 역습 템포를 늦추라"고 강조했다.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드러난 수비 불안도 미드필더와의 호흡이 맞지 않아 비롯된 문제로 판단했다. 러시아는 중원에 위치한 선수들의 경기 운영 능력이 튀니지보다 뛰어나다. 4-3-3을 기본으로 허리 진영에 미드필더 세 명을 배치하는 전술을 주로 쓴다. 데니스 글루샤코프(27ㆍ스파르타크 모스크바)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뒤를 받치고 빅토르 파이줄린(28ㆍ제니트)과 로만 시로코프(33ㆍFC 크라스노다르)가 앞 선에서 공격을 풀어나가는 역삼각형이 핵심이다.
기성용의 경험은 충분하다.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 시절부터 포백(4-back) 수비 앞 쪽에서 공수를 조율하는 역할에 익숙했다. 지난해 9월부터 한 시즌 동안 임대로 뛴 선덜랜드(잉글랜드)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방에서부터 경기를 지배했다. 정규리그와 컵 대회에서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강팀들을 상대로 3골 1도움을 올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44)은 "러시아와의 경기는 중앙에서 벌어질 압박과 탈압박 싸움이 관건"이라며 "미드필드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빠른 패스로 역습을 노린다면 득점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두 기성용이 해야 할 일이다.
◇ 기성용
▶생년월일 1989년 1월 24일 ▶출생지 전라남도 광양
▶체격 187㎝ㆍ79㎏ ▶출신교 순천중앙초-광양제철중-금호고
▶포지션 중앙 미드필더 ▶소속팀 스완지시티
▶ 국가대표 경력
- 데뷔 2008년 9월 5일 요르단 평가전
- 57경기 5골
- 2010 남아공월드컵 출전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