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한중 통화스와프 이후 처음으로 중국 기업이 원화 자금을 빌려 무역 결제에 활용했다. 4억원 남짓의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원화의 국제화에 시동을 걸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한은은 지난 26일에도 말레이시아와의 통화스와프 자금을 국내 기업의 무역결제에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제 시작이지만, 이런 사례들이 모이면 장기적으로 달러화 대체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해 계약 국가간 통화로 무역 결제를 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그 자체로 역내 금융안전망이 탄탄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은행과 중국 인민은행은 30일 이런 내용의 첫 원화 통화스와프 자금 대출 사례를 전했다. 대출을 받은 곳은 중국 교통은행이다. 중국 교통은행은 한중 통화스와프 자금 무역결제 지원제도를 이용해 인민은행에서 원화 자금을 빌렸고, 이 돈을 자국 기업들에게 다시 대출해줬다. 중국의 기업은 6개월 만기로 4억원 규모의 원화를 빌려 물건을 사온 한국 기업에 수입 대금을 치렀다.
중국 기업에 대한 원화 대출 과정은 이런 절차를 밟는다. 먼저 원화가 필요한 중국 기업이 자국 은행에 원화 대출을 요청한다. 이 은행은 다시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원화 대출을 신청한다.
원화 자금 수요가 생기면 인민은행은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은에 이런 뜻을 밝힌다. 중국의 대출 요청을 받으면, 한은은 행내에 개설돼 있는 인민은행 계좌에서 우리은행 계좌로 원화 자금을 이체한다.
이렇게 우리은행으로 건너간 원화는 우리은행 중국법인과 연계된 계좌로 다시 넘어가고, 여기서 대출을 원한 중국 기업과 거래한 국내 기업에 마지막으로 돈이 넘어간다.
다소 복잡해보이는 과정이지만, 이번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 물품을 수입한 중국 기업의 무역 과정 전반에 달러화가 빠져있음을 알 수 있다. 통화스와프를 통한 원화의 국제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박준서 한은 국제금융선진화팀장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달러화가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수 노릇을 한다"면서 "통화스와프를 통해 현지 통화 활용도를 높이면, 애초에 위기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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