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인사참사…춘·봉(김기춘·유민봉)까지 '흔들'
국가개조프로젝트 동력상실 우려…닥친 선거에 치명적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그 최대 위기는 최대 위기가 아니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집권 2년차 초반의 선박사고가 박근혜정부를 끝없는 해저터널 속으로 깊숙이 밀어넣고 있다. 승부수도 몇 차례 던졌지만 상황은 악화될 뿐이다. 국정의 핵심 포인트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정부는 개점휴업 수준의 무기력함에 빠졌다. '구원투수' 안대희는 자신을 등판시킨 감독을 향해 폭투(暴投)를 던지고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박근혜팀은 악몽이 될 지방선거를 6일 앞에 두고 별다른 돌파구 없이 시간이 다가오는 것만 지켜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가개조를 선언하고 이를 진두지휘 할 역할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선택했다. 세월호 사고로 급격히 약화된 국정동력을 반전시키려는 비장의 카드였다. 그러나 그는 전관예우 논란에 지명 6일 만인 28일 국무총리 후보직을 내던졌다. 박 대통령과 상의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에 박 대통령은 "안타깝다"는 말을 남겼다.
'전관예우'라는 법조인의 도덕성 검증에 실패한 건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등 같은 법조계 출신 인사담당자의 안일한 생각 탓이란 분석이 많다. 그 정도 관행은 불법도 아니며 개인재산 기부 등으로 해결될 정도의 사안으로 보고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후보자 지명을 강행토록 했을 수 있다. 국민정서를 읽지 못해 벌어진 최악의 판단이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8일 만에 뒤집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을 포함해 현재의 난맥상에 대한 책임은 청와대 핵심 참모진에게 쏠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취임 후 가장 중요했던 인사를 참모들에게만 맡겼을 박 대통령이 아니란 점에서 사안은 간단치 않다.
이번 인사실패는 내각 개편이 그만큼 순연되는 결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장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 요구가 커지는 분위기다. 지방선거 후 물러난다는 관측도 나왔다. 수석비서관 9명 전원이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청와대 실무진은 사실상 일손을 놓고 앞날을 걱정하며 허둥대고 있다.
이미 사의를 표해 '시한부 총리직'을 수행하는 정홍원 총리에게 바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박 대통령이 개각을 공식화 한 가운데 각 부처 장관들이 정책 동력을 발휘할 여지도 없다. 더욱 심각한 부분은 안보라인의 공백이다.
외교ㆍ안보ㆍ국방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은 8일째 공석이다. 다른 자리는 제쳐두더라도 안보라인 2명은 이번 주 내 확정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새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이 더 급해진 탓이다. 청와대는 국무총리와 안보라인 후보자들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희카드의 실패로 분위기 반전 기회를 놓친 탓에 6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결과는 박 대통령에게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줄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정부의 국가개조 프로젝트는 추진동력을 상실한 채 상당기간 표류할 수 있다.
당장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방선거 전 '괜찮은' 총리 후보자를 선보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인사가 거론되고 있으나 박 대통령이 가장 쓰기 껄끄러웠던 '안대희카드'마저 실패한 마당에 새 후보자에 대한 눈높이는 이미 너무 높아졌다. 앞서 박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신임하던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을 포기했다. 협조가 간절한 국회의 대표는 친박계에서 친이계로 최근 바뀌었다. 마지막 보루인 김기춘 비서실장도 잃기 직전이다. 박 대통령은 에어포켓이 얼마 없는 청와대호(號 ) 맨 아래층에 고립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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