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 전관예우 과다수임료 논란…법조계 부적절 관행, 여론에 질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한때 ‘국민검사’ 칭호를 받기도 했지만, ‘法피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안대희 후보자는 28일 오후 국무총리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다. 당초 안대희 후보자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의 적임자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으로 대선 자금 수사 과정에서 국민 성원을 받기도 했으며, 실제로 여야 할 것 없이 엄격하고 철저한 수사로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검사에서 대법관이 될 때도 비교적 무난하게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던 인물이다.
박 대통령이 안대희 후보자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을 때만 해도 기대 섞인 시선으로 향후 행보를 지켜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소신 총리’ 역할을 수행할 경험과 경력을 가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일반인 상식에서 벗어난 법조계 부적절한 관행이 속속 드러나면서 그의 입지는 흔들렸다. 대법관 출신이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3년간 100억원에 이르는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정설이다.
안대희 후보자는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했다. 그는 지난해 5개월동안 16억원의 변호사 수임료를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평균 1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게다가 국무총리 지명을 앞두고 3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치기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여론을 악화시킨 결정적인 계기였다.
안대희 후보자는 지난 26일 11억원의 추가 기부를 약속하면서 상황을 돌파하고자 했지만, 논란은 점점 증폭됐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시작하기도 전에 그의 과다 수임료 논란, 전관예우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이어졌다.
안대희 후보자는 결국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그는 검사 출신으로는 보기 드물게 국민 성원을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앞에 수식어처럼 붙던 ‘국민검사’라는 칭호는 이제 법조계 부적절한 관행을 상징하는 인물에 해당하는 ‘法피아’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됐다.
복잡한 정치상황을 극복할 경험과 맷집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그의 험난한 여정은 어느 정도 예고됐다는 분석도 있다.
안대희 후보자는 2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러한 견해를 밝혔다.
“부족한 제가 더 이상 국무총리 후보로 남아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저의 버팀목과 보이지 않는 힘이 돼준 가족들과 저를 믿고 사건을 의뢰한 의뢰인이 더 이상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제게는 버겁습니다. 저를 믿고 지명한 대통령께도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한 시민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려 합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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