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정책을 반대하던 독일 중앙은행이 입장을 바꾸면서 ECB가 6월 저(低)인플레 탈출 시도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ECB가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경우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이에 대응한 유럽 국가들의 연쇄 통화 완화 정책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ECB 정책위원 중 한 명인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가 ECB의 6월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바이트만 총재는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은 적지만 낮은 인플레이션 기간이 지속된다면 유로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ECB는 낮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되는 걸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한 발언은 최근 몇 주 사이에 ECB 정책위원들이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리기 위해 ECB가 빠르면 6월께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바이트만 총재는 과거 ECB의 저(低) 인플레 탈출 시도에 대해 못 마땅해 했지만 이날 발언은 유로존 경제를 바라보는 독일의 입장이 바꼈음을 드러냈다.
WSJ은 만약 6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하와 같은 추가 통화완화 정책이 발표될 경우 유로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현재 유로존 은행들이 ECB에 예치하는 예금에 적용되는 금리는 0%다. 예금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질 경우 유로화 표시 예금의 매력도 사라진다는 얘기다.
WSJ은 유로화를 국가통화로 도입하지 않은 유럽 국가들이 유로화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ECB와 비슷한 통화완화 카드를 꺼내거나 환시에 개입하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유로화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덴마크와 유로화-스위스프랑화 환율에 1.20유로로 하한선을 제시하고 있는 스위스의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유로화 하락에 직접적 경제 타격을 입는 스웨덴도 금리를 인하하거나 환율 하한선을 도입하는 환율정책 변화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도쿄 미쓰비시은행의 리 하드먼 스트래티지스트는 "유로화가 약세를 나타내면 덴마크와 스위스 정부의 환시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들 중앙은행이 ECB와 비슷한 통화완화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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