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로 설치행사에 참석하는 '원포인트' 해외순방을 결정한 것은 그 행사가 의미하는 '상업적' 중요성 때문만은 아니다. 애초 박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중동 3개국 순방을 계획했으나 세월호 참사 여파로 모두 취소했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 일정만을 따로 검토해 16일 전격적으로 참석을 확정했다.
원전 건설의 핵심 작업인 원자로 설치행사는 양국 간 신뢰를 확인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박 대통령이 순방을 취소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보내겠다고 통보하자, 모하메드 왕세제마저 행사 불참을 선언하는 등 큰 실망감을 보였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는 전통적으로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위주의 외교를 펼쳐왔고 아시아에선 일본이 사실상 유일한 파트너였다. 그러나 모하메드 왕세제(왕의 후계자로 지명된 동생)가 '새로운 UAE'를 계획하며 외교의 다양성을 꾀하기 시작했고 한국과 '100년 지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겠단 강력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2009년 '한국형 원전 컨소시엄'과 1400㎿급 원전 4기를 2020년까지 건설하는 공사계약을 맺은 것은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전략적으로는 이번 설치식을 통해 우리 기술로 제작한 원자로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여타 국가로의 추가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원전 건설뿐 아니라 운영회사 설립 협상을 유리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도 이번 행사가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원전 건립을 통해 양국 간 신뢰가 쌓이면 협력 분야를 유전 쪽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청와대는 염두에 두고 있다. 원전과 달리 유전개발 분야는 우리의 기술력이 높은 편이 아니나, 전략적 협력관계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UAE와의 공동작업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기대감을 청와대는 가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19일 오후 UAE로 출발해 원전 1호기 원자로 설치행사에 참석하고 21일 귀국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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