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유세차, 후보방, 선대위원장 없는 캠프…
16일 오후 2시 찾은 서울 종로5가 박원순 캠프는 철거가 예정된 건물답게 채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뻥 뚫린 공간에 테이블이 카페처럼 줄지어 놓였고 천장과 벽에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되지 않은 시멘트면이 드러났다. 비닐로 칸막이가 쳐진 한쪽 공간 안에서는 캠프 구성원들이 마주 않아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하승창 박원순캠프 총괄팀장(싱크카페 대표)은 이날 캠프 운영과 관련한 설명회에서 "철거될 건물을 활용하는 것 또한 박원순 후보의 철학과 일치하는 것"이라며 ”캠프 안에 마련된 물건 대부분이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캠프에는 부서를 구분 짓는 칸막이나 벽이 아예 없을 뿐더러 ‘후보’를 위한 방도 없다. 하 팀장은 “박 후보는 특별한 행사가 있지 않는 한 캠프에 오지 않는다.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계속 돌아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후보는 출마선언 후 첫날인 이날 아침, 새벽 첫버스를 타거나 노량진 수산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박원순 캠프에서는 선거캠프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유세팀이나 선대위원장도 볼 수 없다. 하 팀장은 “(정책, 홍보, 법률자문단 등) 기본적인 팀들은 있지만 사안에 따라 즉시 TF팀이 구성되고 해결 후 해체되는 방식으로 일한다”며 “캠프가 선거를 지휘하는 곳이 아닌 함께 협력하는 공간이므로 상하관계도 없다. 선대위원장이라는 직무도 없어 총괄팀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이어 “캠프의 컨셉이 소통과 경청인 만큼 캠프 활동가들에겐 명함 대신 펜과 메모지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세차와 확성기 없는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캠프 운용진들도 낯설어하는 모습이었다. 임종석 총괄팀장(전 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가 유세차를 포기하는 것은 물론 대중 동원방식의 집회마저 안하겠다고 선언했다”며 “대중집회가 없어진 선거운동은 우리도 처음 가보는 길이다.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을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요란한 선거를 지양하기 위해 당초 계획했던 펀드모금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