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반중시위…베트남·중국 앞날은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베트남의 각 도시에서 반 중국 시위가 격화되고 양국 선박이 충돌하는 등 양국관계가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의 의식적인 대외 팽창에 베트남이 반발하면서 반목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공산주의 국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나라가 이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해묵은 영유권 분쟁 때문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번 시위사태는 장기화하고 앞으로 얼마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15일 외교부와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해양석유총공사가 지난 2일 남중국해 파라셀군도(베트남명 호앙사,중국명 시사군도)에 석유 시추 장비를 설치한 이후 베트남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양국 선박은 수차례 충돌했다.
베트남은 중국의 석유 시추 장소가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하기 때문에 중국이 베트남의 주권을 침범하고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즉각 퇴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석유 시추가 자국 해역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호치민시 주변 빈즈엉성 내 4개 공단에 입주한 중국계 기업 근로자 수천 명이 격렬한 반중 시위를 벌이고 있다.일부 시위대는 한국 기업 50여곳에 난입하기도 했으나 한국인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외교부는 베트남과 중국의 충돌이 중국의 팽창과 영유권 분쟁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이 군사력과 경제력을 증강하고 남중국해 등에서 해양영토를 주장하는등 공세적 외교를 펼치면서 관련국들이 중국을 위협국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15개 섬과 5개 산호 환초 등으로 구성된 파라셀 군도를 남북 베트남 통일전인 1974년 무력점령한 뒤 실효지배하고 있다.또 2009년부터는 해군력 증강에 맞춰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해양 영토 주권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남중국해를 겨냥해 광둥성 샤오관(韶關)전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2012년에는 분쟁지역 내에 '싼사(三沙) 시 정부 수립을 감행해 실효지배국인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분쟁을 초래했다
중국은 또 11개 섬과 6개 사주 등으로 구성된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제도)에서도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대립하고 있고 필리핀이 실효지배중인 바위섬인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을 놓고도 다투고 있다.
이에 대해 필리핀은 중국을 중재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강경노선을 걸어왔다.베트남은 강경대응을 자제하고 조용한 외교를 펴왔으나 강경기조로 돌아서고 있다는 게 외교부 진단이다. 이 당국자는 "베트남은 과거에는 해양경비정을 동원해 중국 선박을 막으려했지만 이번에는 해군 함정을 동원하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서 "국제적으로도 미국·일본과 공조하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 내부에서는 2002년 중국과 체결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남중국해당사자행동선언(DOC)을 중국해행동강령(COC)으로 바꿔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DOC를 만드는데도 수십 년이 걸렸는데 DOC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두 나라는 오랜 관계 맺어왔고 공산당이라는 교집합이 있어 최후의 대응수단이 있는 만큼 베트남은 어느 순간에는 상황을 충분히 관리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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