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업계가 제2의 춘추전국시대를 맞는다.
현존 5개사 외에도 추가 7개사가 설립 타진에 들어간 상태다. 모두 설립된다면 전국 고속버스 운송사업조합 회원사(8개)보다 많게 된다. 행정구역별로 존재하는 소주회사(10개)보다도 더 많은 항공사가 설립될 전망이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설립이 추진 중인 LCC는 총 7개사로 지역 LCC, 국내 대기업 자회사, 외항사 국내법인 등의 형태로 나뉜다.
제주도, 강원도, 전라남도, 울산시, 포항시 등을 거점으로 한 LCC 설립이 추진 중이다. 공항 인프라를 활용한 지역민의 교통편의 증진과 지역 경제 활성화가 목적이다.
특히 제주도는 조합원이 주주 또는 직원까지 될 수 있는 협동조합 형식으로 LCC 설립을 타진 중이다. 13일 열린 '제주하늘버스협동조합' 프로젝트 추진 공청회에서는 김포~제주 항공여객 요금을 고속버스 수준으로 낮춰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울산시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용역 결과 김포~제주 노선에서 사업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어 투자자를 모집 중이며 강원도는 평창올림픽의 안정적 항공교통 지원을 위해 지역항공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어부산을 운영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김포 및 인천공항을 거점으로 단거리 국제선과 국내선을 담당할 제2LCC 설립에 나설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저비용항공그룹인 에어아시아도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이 국토교통부를 찾아 국내 자회사(에어아시아코리아) 설립에 대한 설명에 나서는 등 LCC 설립에 적극적이다.
이 같은 LCC 설립 열풍은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구 한성항공) 등 LCC들의 흑자 전환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저렴한 항공권을 판매하면서 항공여행의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자, 너도 나도 LCC 설립에 나서는 형국이다.
다만 이 같은 LCC 설립 열풍이 2005년 8월 한성항공이 청주~제주 노선을 취항함에 따라 시작된 우리나라 LCC산업 태동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시 한성항공 외에도 제주항공, 진에어, 영남에어, 에어부산, 중부항공, 인천타이거항공, 코스타항공, 퍼플젯 등 LCC가 폭발적으로 설립된 바 있다.
하지만 탑승객 유치 실패 등 지속되는 적자로 인해 5개사만 남긴 채 모두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운항 중단에 피해자들이 속출했으며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날리는 등 부작용이 심각했다.
공항 관계자는 "현재 제주공항은 슬롯(SLOTㆍ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이 시간당 34대로 이미 포화상태인데 신규 항공사 진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다른 지역공항의 경우 반대로 탑승객 유치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CC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과열 경쟁 구도로, 기존 LCC들은 장거리 국제선 취항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규 LCC들이 정부의 까다로운 안전 규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투자금만 날리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토부는 항공사 운항 개시 전 정부에서 정한 조종사ㆍ정비사 등 전문인력과 운항관리ㆍ정비지원ㆍ시설 등 각 부문에 대한 제반 안전기준 적합 여부에 대한 운항증명(Air Operator Certificate)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운항 중인 5개 LCC의 경우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는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교통 인프라로서 안전성 확보가 항공사 설립에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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