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그린라이트'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그린라이트란 원래 야구 경기에서 주자 스스로 도루를 판단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용어였다. 하지만 이것이 사랑의 직진 신호를 가리키는 단어로 바뀌었다. 그린라이트가 켜지면, 호의인지 호감인지 헛갈리는 상대방의 행동을 후자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뜻이다.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는 국내 증시에도 그린라이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업 실적이 시장예상치를 웃돌면 확실한 그린라이트 신호가 될 것이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경기순환상의 반등곡선 도래, ▲우크라이나 발 리스크 요인 해소,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로 중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어야 국내 증시가 상승에 더 무게중심을 실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백윤민 KB투자증권 연구원 = 최근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진행되었던 5주 동안의 주요 신흥 아시아(EM ASIA) 국가별 외국인 누적순매수 규모와 증시 수익률을 살펴봤다. 한국의 누적순매수 규모가 2번째로 컸음에도 불구하고, 증시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부진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한대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타 이머징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실적 상승동력(어닝 모멘텀)이 낮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국내기업들의 실적이 낮아진 눈높이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고는 있으나, 아직 투자자들이 뚜렷한 개선 기대감을 갖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이머징 아시아 국가들의 증시가 미국 등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조정을 받으면서 외국인 순매수 흐름도 중단된 상황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 우려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불확실성 요소가 제한적이라는 점과 여전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다는 점에서 향후 외국인 순매수 흐름이 재개되면서 증시가 재차 반등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증시가 반등 이후 박스권 탈출을 위해서는 향후 실적 모멘텀의 개선 기대감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 = 주식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본다. 향후 1~2개월 동안 코스피가 하락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 5월 KOSPI 예상 변동 범위는 1850~2030p이다. 무엇보다 시간이라는 펀더멘탈이 지금 주식시장을 하락으로 이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의 사이클이 완성되는 시간은 정해진다. 경제 전반의 구도가 유지된다면, 경기 사이클의 길이는 직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2011년 8월 이후 KOSPI 사이클이 완성되는 시간은 평균 10.5개월이었다. 이번 사이클의 시작은 2013년 7월 초였다. 2014년 5월에서 6월에 KOSPI가 규정된 사이클 형성 시간을 마감할 수 있다. G2의 경기 상황을 봐도 주식시장 하락 전망이 지지된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 = 추후 예정된 이벤트들이 쉬이 여기기에 무게감이 있고, 더욱이 국내증시가 연휴로 인한 휴장에 들어서기 때문에 단기 관망세가 형성될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현 주가 수준에서 추가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나, 변동성을 야기한 재료들이 새롭지 않고, 기술적으로도 120일 이동평균선에 대한 하방 지지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오히려 현조정을 주식 비중을 확대하기에 결정적인 찬스로 보고 있다. 이유는 이번 코스피 후퇴를 이끈 요인들은 그간 2000선 안착을 실패로 견인했던 주된 원인들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매 안착과정 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2000선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생겼던 의구심들을 재조명한다는 의미에서 박스권 상단이 가벼워질 만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중심에 판단이 모호했던 중국의 경기가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금주 예정된 중국 제조업PMI 결과를 통해 중국 경기에 있어 보다 명확한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판단한다.
◆민병규 동양증권 연구원 = 증시 변수 가운데 리스크 측면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다시 심화(서방국의 대 러시아 제재 강화, 유혈 사태 발생)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매크로 리스크 인덱스(Macro Risk Index) 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25일 기준 0.715pt 를 기록하고 있는 이 지수는 최근 무력 충돌이 지속 된 탓에 러시아상원이 군사력 개입을 승인, 러시아가 크림 반도에 병력을 전진배치 해 시장에 충격을 주었던 지난 3월 당시의 수준(0.582pt)를 넘어서고 있다. 이번 주 수~목요일(4/30~5/1일) 예정 된 미국 FOMC 에 대한 경계감이 리스크 지표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가능성 역시 제기되고 있으나,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을 참고 할 때 이러한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지난 주 글로벌 증시는 결국 주요국 경제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리스크 요인으로 인해 조정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반대로 이러한 조건이 유지된다면(선진국 경제회복세 지속, 중국 경기 우려 경감) 우크라이나 사태가 완화될 경우 국내 증시 이전 수준을 회복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