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박하나(24) 선수가 새 소속팀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자유계약선수(FA)로서 원 소속구단(부천 하나외환은행)과 1차 협상을 하면서 요구한 연봉과 구단 제시액이 크게 달랐다. 박 선수의 요구액은 2억1000만 원, 하나외환의 제시액은 8000만 원이다.
1차 FA 협상에서는 구단이 선수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무조건 계약이 된다. 선수는 다른 팀에 갈 수 없다. 구단과 선수가 1차 FA 협상 때 요구-제시한 금액은 2, 3차 협상에서 중요한 척도가 된다. 1차 협상이 결렬된 다음 2차 협상을 통해 박하나 선수를 영입하려는 구단은 2억1000만 원보다 많은 연봉을 보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외환에 박 선수의 전년도 연봉(7500만 원)의 100%를 지급하거나 보호선수 다섯 명을 제외한 보상선수 한 명을 보내야 한다. 박 선수가 하나외환과 3차 FA 협상을 할 때는 조건이 매우 불리해진다. 연봉은 구단이 제시한 8000만 원을 넘을 수 없다. 오히려 최대 30%까지 깎일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을 거부하면 무적(無籍) 선수가 되어 한 시즌을 통째 쉬어야 한다.
박하나 선수는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고 싶었다"며 "하나외환에서 1억7000만원까지 언급해 그보다 많은 액수를 고수했다"고 했다. 한종훈(44) 하나외환 사무국장은 '사전접촉'을 의심했다. 그는 "박하나 선수가 처음부터 2억1000만 원을 요구해 (가고 싶은, 또는 박하나 선수를 원하는 구단과) 사전접촉하지 않았는지 의심했다"고 했다.
사전접촉은 리그 질서를 해치는 위반행위다. 적발된 구단은 다음해 FA 협상권을 박탈당하고 제재금도 최대 2억 원까지 낸다. 선수는 제재금을 최대 3000만 원까지 내고 출장정지를 당한다. 농구계에 사전접촉이 흔하다는 풍문이 있지만 적발된 적은 없다.
FA 협상 규정이 선수에게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WKBL 관계자는 "선수층이 얇아 선수들이 특정 구단에 몰리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깊어진다. 선수에게 많은 권리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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