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국민銀·불완전판매 우리銀·정보유출 씨티銀 촉각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다음 달은 금융권에 어느 때보다 잔인한 한 달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에 대규모 징계 태풍이 몰아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모든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어 징계 수위에 따라 사실상 '패닉(공황)'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속출하고 있는 각종 금융사고에 대한 징계 여부를 다음 달 결론내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달까지도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KB국민은행의 무더기 징계가 불가피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발생한 국민주택채권 횡령과 도쿄지점 부당대출ㆍ비자금 의혹에 대한 제재 수위와 규모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난해 대대적인 검사를 벌인 만큼 개별 은행 기준 최대 규모와 수위의 징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는 마친 상태"라며 "현재 검찰측과 공조해가며 후속 조사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 미뤄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 과거 윗선에서 깊이 개입한 정황도 함께 보겠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KT ENS 협력업체의 대출사기에 연루되면서 여신심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한 상태다. 당초보다 앞 당겨진 종합검사로 인해 징계 폭탄에 직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치인 계좌 불법 조회 의혹을 받은 신한은행에 대한 검사도 마무리 단계다. 최근 금감원은 정치인 조회는 없었다면서도 징계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도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어 제재 시점은 다소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7년 파이시티 사업 관련 신탁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로 직원 제재가 예상된다. 도쿄지점 부당대출건도 뇌관이다. 전직 우리금융지주 고위 임원의 연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전ㆍ현직 임직원에 대한 대규모 징계가 불가피하다.
고객정보 20만건을 시중에 유출한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대한 징계도 남아있다. 이들에 대한 제재는 KB국민ㆍNH농협ㆍ롯데카드 임직원 및 경영진에 대한 징계와 맞물려 결정될 예정이다. 특히 씨티은행의 경우 유출된 고객 정보를 금융사기에 이용한 사실이 확인돼 당초 예상보다 징계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청문회 자리에서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이 있다면 지주회장도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며 지주사 CEO에게도 날을 세운 상태다. 징계 수위는 중징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은행은 KT ENS 협력업체들이 벌인 대출사기에 직원이 연루돼 있을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기업은행과 대구ㆍ경남ㆍ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은 KT ENS가 지급 보증한 특정금전신탁을 판매하면서 불완전판매 의혹을 받아 특별 검사를 받은 상황이다. 외환은행은 부당영업행위 의혹으로 불시 점검을 받았으며 현재 금융당국이 제재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모든 국내 시중은행들이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은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금융권에서는 비리와 부실 의혹으로 금융권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면서 금융권 전체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이야기도 들린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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