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지분 매각,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 시장 관심 한몸에..."삼성전자 정리때를 주목해야"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통해 순환출자 해소에 나서면서 향후 그룹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정밀화학, 삼성SDS, 제일기획은 23일 시간 외 거래를 통해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고 전일 공시했다. 매각 규모는 삼성전기는 120만6380주(0.6%), 삼성정밀화학은 94만4090주(0.47%), 삼성SDS 70만8910주(0.35%), 제일기획 42만5560주(0.21%)다. 이들 4개사가 매도하는 삼성생명 주식 수는 총 328만4940주로, 지분율은 1.63%에 해당된다. 이들은 처분 목적에 대해 '투자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은 삼성카드로부터 삼성화재 주식 29만8377주(0.63%)를 매수했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생명에 대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9.5%로 낮아지고 주주군에서 제조 계열사들이 빠지게 돼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삼성생명을 둘러싼 삼성생명→삼성전자→제조계열사→삼성생명의 순환출자 구조가 끊어지게 된다”면서 “또한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이 11%인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지분 매각을 급격한 지배구조 변화나 지주회사 전환 등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단기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높다”면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1대 주주로서의 지위 변화와 관련해 묘수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 내 단순화시킬 수 있는 지분의 정리로 보이며 이를 삼성그룹의 본격적인 지배구조 변화가 임박한 것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면서 “기존 순환출자 고리 일부를 해소하고 향후 있을 수도 있는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는 효과를 갖는 등 그룹의 마이너한 지배구조 변화로 보인다”고 짚었다.
지분 매각 대상인 삼성생명은 이 여파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30분 현재 전일 대비 2300원(2.33%) 하락한 9만6600원을 기록 중이다.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아직은 삼성생명을 살 때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당분간 주가가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전체적으로 금융과 비금융으로 양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계열사들이 양대 지주로 헤쳐 모이는 과정에서 상대 그룹 소유 지분을 매각·스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분 정리 기간에는 수급 호재가 있으니 계열사를 사야하며 길게는 삼성금융홀딩스(가칭)를 사야 한다”며 “지분구조 정리에는 최소 수개월은 더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삼성생명을 사야 할 때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사야 할 시점은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의 수혜주로 꼽히는 삼성물산은 이날 전일 대비 2% 넘는 강세를 기록 중이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4.1%), 삼성SDS(17.1%), 삼성에버랜드(1.5%), 삼성종합화학(37.0%) 등 보유지분을 통해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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