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개선실 내부감사 착수…
롯데제과 직원에 "통화내역 등 제공 강제" 동의서 받아
21일 본지 취재결과, 롯데그룹 개선실은 최근 롯데제과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리 행위가 의심돼 회사가 요구할 경우 개인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내용, 통화내역을 열람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회사가 동의서를 받아간 사실을 외부에 발설할 경우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었고, 일부 직원들은 동의서 내용이 과도하다며 반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동의서는 롯데홈쇼핑 납품업체 비리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일 신 회장이 롯데홈쇼핑을 비롯해 그룹 전 사업 부문에 대한 비리 감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한 후 그룹 개선실에서 받아간 것이다.<관련기사 4월17일자 6면 : 신동빈 회장, 오늘 오후 5시께 귀국…'어떤 말 나올까'>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롯데홈쇼핑 전ㆍ현직 임직원의 비리 연루 사건과 관련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격노했다"며 "내부 감사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기원 법무법인 율우 변호사는 "비리 행위 등 의심가는 정황이 생기면 경찰을 통해 수사를 의뢰해야하는 것"이라며 "해당 직장에 재직 중인 직원이 거부하기 힘든 상황에서 서약서나 동의서 등을 통해 민감한 개인정보 제공을 강제하는 것은 위법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회계ㆍ영업직군 등 금전과 관련된 부서 직원을 채용할 때 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기술ㆍ연구직군에 대해 보안 관련 서약서를 받는 사례는 있지만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제공토록 한 것은 드문 일이다.
한 식품회사 지점장 출신 관계자는 "신입직원에 대해 보증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연구ㆍ기술직군의 경우 '회사업무로 알게 된 기밀을 누설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정도의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받기는 하지만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케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는 사례는 없다.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매년 회사에 법 준수와 정도(正道)영업을 약속하는 윤리준법서약서를 제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롯데제과 관계자는 "강압적인 것은 아니었고, 직원들에게 동의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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