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로부터 극적으로 구출된 생존자들이 정신적인 충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를 겪거나 목격한 충격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형 재난사고의 생존자들은 끔직한 기억이 없어지지 않거나 악몽을 꾸는 등의 심리적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PTSD로 악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데일리에 따르면 미국 브리검영대학교의 야마와키 니와코 교수팀과 일본의 사가대학이 함께 대지진이 발생한 후쿠시마현의 히로노 시민 241명을 상대로 정신건강을 평가했다.
그 결과, 절반이 생존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고, 3분의 2가량은 우울증을 호소했다. 이같은 수치는 다른 자연재해와 비교할 훨씬 높은 수준이다.
세계 역사상 네번째로 강력한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사고까지 한꺼번에 겹치면서 사고의 후유증이 훨씬 악화됐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공동체 정신이 강한 일본인의 경우 이웃의 사망 소식에 더 상실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야마와키 교수는 "정상적인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무엇이든 해야한다"면서 "하다못해 봉사활동이라는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생존자들이나 간접 피해자들은 사고 초기 PTSD 반응을 평가해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 선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고위험군으로 판정되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오래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좋다. 개별 상담이나 집단 치료, 약물 치료 등으로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추적 조사를 통해 고위험군을 다시 찾아내는 작업도 해야한다. 심리적 불안이나 행동 문제가 장기화되면 이에 대한 치료도 해야한다.
고위험군은 ▲PTSD 반응이 장기화된 경우 ▲가까운 친구나 이성 친구를 잃은 경우 ▲사망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우 ▲자신이 친구의 사망과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경우 ▲상처받기 쉽거나 심리적으로 취약한 경우 ▲과거에도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경우 등이다.
주변에선 고인을 잃은 것에 대한 애도가 정상적인 반응인 만큼 애도 반응을 숨기거나 억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겪을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자신의 슬픔이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고, 2차 외상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보호해야 한다. 사고 소식을 듣게하거나 학생들의 모임,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