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혼란·금융혼란·경제 펀더멘털 등 차이 많아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신흥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성장 가능성이 큰 프런티어 마켓으로 글로벌 뭉칫돈이 몰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프런티어 국가들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스리랑카는 달러표시 채권 5억달러(약 5192억원)어치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국채 입찰에는 목표금액의 8배에 달하는 40억달러가 몰렸다. 발행금리는 5.125%로 사상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스리랑카가 지난 1월 발행했던 국채 금리는 6%였다.
가나와 나이지리아 역시 자금조달 비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가나가 지난해 발행한 10년물 국채 금리는 7.87%로 2007년 8.79%보다 낮았다. 나이지리아 역시 2011년에는 7.0%의 금리로 채권을 발행했지만 지난해에는 이보다 0.37%포인트 낮은 6.63%로 자금을 조달했다.
프런티어 국가들이 과거보다 낮은 비용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은 투자금이 몰리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들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산다. 스리랑카와 가나는 지난해 각각 7.2%, 7.1%의 성장률을 기록해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들 국가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도 6~7%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지리아는 GDP 산정방식을 바꾼 뒤 지난해 GDP가 전년대비 무려 89% 급증했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초저금리 기조로 고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에게 프런티어 마켓의 투자 수익률은 매력적인 것도 있다.
하지만 모든 프런티어 국가들의 상황이 같은 것은 아니다. 몽골과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들의 경우 오히려 채권 발행 비용이 과거보다 높아졌다. 파키스탄이 최근 발행한 10년물 국채 금리는 8.2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7년 6.9%에 비해 금리가 1.35%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투자자들이 같은 돈을 빌려주는 대신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프런티어 마켓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다변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와 함께 높은 수익률 뒤에 있는 정국혼란, 낮은 신용도, 금융시장 불안정 등 리스크 요인들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투자회사 스탠다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의 니콜라스 재키어 이코노미스트는 "프런티어 마켓의 투자 가치는 여전히 높다"면서도 "국가별로 격차가 심하고 경제 펀더멘털도 다른 만큼 차이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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