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아시아 김종완 자문위원]
2011년도 고입에서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도입된 이래 현재 5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성적위주의 학생선발에서 벗어나 점수로 표현되지 않는 잠재력을 평가하겠다는 취지인데, 이는 정량평가 방식에서 정성평가로의 패러다임 변화라고 불릴 정도로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2011년도 고입에서 처음 도입된 외고, 국제고의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1단계 영어 내신으로 1.5~2배수를 선발한 후 최종 서류와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이다. 1단계 내신 산정 방식은 4%까지 1등급(40점), 11%까지 2등급(38.4점), 23%까지 3등급(35.6점)으로 학기별 가중치 없이 2학년 1학기부터 3학년 2학기 내신까지 4개 학기 내신을 동일하게 반영해 왔다.
그러나 올해 치루는 2015년도 고입부터는 위와 같은 상대평가방식에서 벗어나, 2학년은 성취평가, 3학년은 상대평가에 따른 9등급제가 적용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즉 2학년 내신은 A(40점), B(36점), C(32점)으로 계산되며, 3학년 내신은 예전처럼 상대평가방식에 따른 내신 등급제가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1단계 내신 방식의 변화는 생각보다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성취평가제가 도입된 이후 중학교 영어 내신이 다소 쉬워져 90점 이상(A등급)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별, 지역별 차이는 있겠으나, 서울시의 경우 평균 21.6%정도가 A를 받고 있다. 이는 과거 상대평가제하에서 대략 3등급(23%)까지 A를 받고 있는 셈이다.
과거 3등급이 있는 경우 보통 외고 지원을 포기하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는데, 지금은 그들까지 외고, 국제고 지원을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외고, 국제고 희망생들이 작년에 비해 많아진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봐야 할 문제가 학교별 성취도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국제중을 제외한 일반중의 경우 2013년 2학년 1학기 영어 성취도에서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ㄱ여자중학교의 경우 무려 55.6% 학생이 A를 받은 반면, 강동구에 위치한 ㄴ중학교의 경우 겨우 3.7% 학생만이 A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심각한 편차는 학생의 학업수준도 일정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영어 시험의 난이도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상대평가제하에서는 어차피 학교별 석차가 중요했기 때문에 시험의 난이도는 큰 문제가 아니었으나, 성취평가가 도입되면서 학교시험의 난이도가 하나의 주요 입시 변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강동구에 위치한 ㄴ중학교의 경우 영어 시험이 어렵다는 이유로 외고 지원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성취평가제 도입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기회 불균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향후 성취평가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라 할 것이다.
에듀바른 컨설팅 김종완 대표 kjw9310@nate.co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