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셰일가스…대체투자 발넓히는 운용사

SOC 집중 벗어나 포트폴리오 다변화…KB·한국운용, 설정액 8조8000억원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국내 자산운용사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도로나 철도, 항만 등의 인프라(SOC) 일변도에서 벗어나 셰일가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자본재 구조화에 이르기까지 투자 대상을 거침없이 넓혀가고 있다. 박스권 장세에서 주식형 펀드 환매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1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대체투자 전통 강호로 불리는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대체투자 펀드 설정액은 현재 8조8000억원에 이른다. 일부 중소 자산운용사의 전체 설정액을 능가하는 규모다. 여기에 최근 한화자산운용이 대체투자 부문의 다크호스로 가세하고 있다. 특히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에서도 대체투자의 비중을 확대하면서 기관영업을 하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대체투자 부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김형윤 KB운용 인프라운용 본부장은 "대체투자를 통해 6% 초반대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연기금 등에서도 관심이 높다"며 "수익형 임대사업(BTO)과 임대형 민자사업(BTL), 자본 재구조화 민자사업에 이어 태양광 등의 전력사업으로 대체투자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초보다 1조5000억원 증가한 5조6000억원이 부동산ㆍ인프라 펀드로 설정돼 있다. 최근엔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에는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 세계 최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하면서 KB운용이 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펀드로 조성해 투자했다.

한국투신운용도 부동산ㆍ인프라ㆍ자원개발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처음 운용했을 2006년 당시 5700억원이었던 수탁고는 현재 3조2000억원으로 약 6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자체적으로 프로젝트 발굴, 스트럭쳐링, 투자자 마케팅 및 사후관리까지 실물 프로젝트의 전과정을 직접 매니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자원분야의 경우 국내 운용사 최초 별도의 조직을 구성했을 뿐만 아니라 최초로 공모펀드를 출시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뒤늦게 뛰어든 한화자산운용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년만에 1조원 정도의 설정액이 증가하면서 현재 3조6000억원의 수탁고를 보유하고 있다. 기혁도 AI사업본부장은 "기존 3개팀, 16명이던 대체투자팀을 4개팀, 25명으로 확대했고 투자 분야도 국내 중심에서 국내외로 확대했다"면서 "앞으로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대체투자 부문을 활성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운용업계 수익 다각화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김재철 자본시장 선임연구원은 "기관에서 대체투자 등을 늘리고 있어 수익 개선 측면에서 일부 긍정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투자자를 기관 뿐만 아니라 개인으로 확대해 고정적인 수수료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