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4조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외환보유고가 1분기 동안 1290억달러 증가해 3조9500억달러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고치다.
1996년만 하더라도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00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인 2006년에 1조 달러로 늘어나면서 현재는 일본을 꺾고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 됐다. 외환보유고의 3분의 2가 달러화 자산이고 25%는 유로화, 그 나머지는 엔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FT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것은 1분기에 나타난 위안화의 약세 현상이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 결과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에도 달러화를 매수하는 방법으로 환율을 교묘히 조정해 위안화의 지나친 절상을 방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류리강(劉利剛) 호주 ANZ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환보유고 통계는 그동안 위안화의 약세가 인민은행의 개입 때문이었음을 확인해 줬다"면서 "외환시장 개입은 지속될 수 없으며 시장에서 위안화는 여전히 강한 절상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슈앙딩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77억달러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월에만 400억달러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깊게 개입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2월 중순 이후 뚜렷해진 중국의 위안화 약세 흐름은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2.7%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달 20일에는 위안화가 1달러당 6.22위안에 거래돼 가치가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FT는 위안화의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경우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우려하는 미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중국의 환율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위안화 약세에 대한 공개적인 불만도 표출한 상태다.
한편 이날 인민은행은 1분기 외환보유고 발표와 함께 지난달의 사회융자총액이 2조700억위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은행권 위안화 신규 대출은 1조5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광의통화(M2) 증가율은 12.1%로 2월의 13.3%와 시장 전망치 13%를 모두 하회했다. M2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위안화의 약세로 중국으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느려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