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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그림' 소시민 일상, '이 시대의 담백한 풍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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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그림' 소시민 일상, '이 시대의 담백한 풍속화' 박재동, 김선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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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자 화가인 아내 '김선화'씨 그림도 함께 전시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스쿠터 타고 신나게 해변도로를 달리며 물질하러 가는 제주도 해녀 아줌마. 갯바위에 나와 굴 따기에 한창인 덕적도의 아낙네들. 노량진 학원골목 어묵 가게에 모여 앉아 왁자지껄 웃음꽃을 피우는 학생들. 그리고 처음 본 승객에게도 속 깊은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택시 아저씨들의 뒷모습......


엽서 한 장 크기의 스케치북에 담긴 그림들이다. 한국인이라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낯설지 않다. 우리 주변 소시민의 소소한 일상이면서, 우리 삶의 현 주소 같다. 손바닥만한 그림 안에는 깨알 같은 글귀들이 있어 자연스레 작품을 더 가까이 눈여겨 보게 된다.
 

'손바닥 그림' 소시민 일상, '이 시대의 담백한 풍속화' '물질하러 간다' 제주도 해녀

시사만화가로 잘 알려진 박재동 화백(62)의 '손바닥 그림' 전시가 열리고 있다. 신문과 방송의 만평이나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던 그의 작품 원본 350여점이 한데 모였다. 간간히 전시회를 가졌지만 이번처럼 작품들을 집대성해 선보이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은 '만화'라는 장르를 떠나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이 시대의 담백한 풍속화'로 더욱 많은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배우이자 화가로 활동 중인 아내 김선화씨(57)의 유화그림 30여점도 함께 나와 '부부전(展)' 형식을 띠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지난 주 이들 부부의 그림을 보러 서울 평창동 한 전시장을 찾았을 때 1층 전시공간 한켠에서 박 화백은 여지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자면서도 그림을 그린다"는 아내 김씨의 말처럼 그의 손은 내내 쉬지 않았다. 초상화를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듯 이젤 위 캔버스에 굵고 빠른 붓질로 앞에 앉아 있는 이의 얼굴을 그리는 중이었다. 둘레에서 이 '즉석 그림'을 구경하는 관객들의 모습 또한 이 전시회의 한 작품이었다.
 

'손바닥 그림' 소시민 일상, '이 시대의 담백한 풍속화' 택시아저씨 시리즈 중 하나


박 화백은 예리한 사회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세상을 늘 그지없이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가 세상에 던지는 긍정의 메시지는 특히 '택시아저씨 시리즈'에서 한눈에 느껴진다. 전시장 벽면의 한 그림에는 택시를 탄 어느 장애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고 고개가 삐뚤어진 장애인이 택시 아저씨에게 물었다. "세상에 제일 불쌍한 사람이 누군 줄 아냐 ?"고. 택시기사가 "그야 당신 같은 사람이 아니겠냐!"고 답하자 몸이 불편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TV도 볼 수 있고 택시도 혼자 타고, 한 달에 40만원 정도는 버는데, 앞도 못 보고 휠체어도 혼자 못 타는 사람들도 많다." 화가로 사회적 활동이 많은 그는 운전을 할 줄 몰라 수시로 택시를 타는데 그 때마다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많이 배운다고 한다.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아내 김씨의 전시가 펼쳐진다. 누런 호박이 탐스러운 넝쿨 밭과 한적한 항구의 오후,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와 초록 빛 계곡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한풍경화들은 전업작가 못지않은 실력이다.


아내 김씨는 연극, 영화에서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여보, 나도 할 말 있어'라는 연극이 히트를 쳐 전국 순회 공연 중이다.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하면서 개인전, 단체전도 열고 있다. 김씨는 "직업상 공동작업을 하다보니 사람들과 항상 부대끼며 지내는데, 경기도 여주 작업실에서 홀로 자연을 벗삼아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정말 꿀 같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손바닥 그림' 소시민 일상, '이 시대의 담백한 풍속화' 김선화 작


박 화백은 아내 자랑을 쏟아냈다. "집사람을 보면 마치 금광을 파는 사람 같다. 집중력이 대단하다. 그냥 취미로 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어느 날 그림을 보니 이건 사건이었다. 화가로 대접해줘야겠다고 깨달았다."


이번엔 김씨가 남편 얘기를 한다. "이 사람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양복바지가 자주 뜯어질 정도로 늘 작은 스케치북을 담고 다니며 밥 먹듯 그림을 그린다"며 "건강도 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사람 좋고, 거절을 잘 할 줄 모르는 남편이 남을 돕는다고 발 벗고 나서는 바람에 빚이 1억원이나 된다"며 핀잔을 놓기도 했다.


박 화백은 부모님이 만화가게를 했던 덕분에 어릴 적부터 숱하게 만화책을 접했고 일찍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회화과를 졸업하고, 미술교사에 이어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매이션 작가로 평생을 그림과 함께 살고 있다. 그에게 아내와의 이번 전시는 28년 동안의 결혼생활에서 서로를 좀 더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구축해온 그림 작업을 서로 정리해보고, 이제 또 다시 새롭게 넘을 산들을 살펴보게 됐다. 그림을 통해 우리는 기쁨을 느낀다. 자기 스스로 기쁨을 찾기 때문에 남에게서 기쁨을 찾지 않는다. 누구나 삶의 이런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27일까지. 서울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 02-396-8744.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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