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제3보험의 손해사정의무제도가 국제적 정합성이 결여되고 필요성이 의문시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3보험 손해사정사 의무고용으로 초래될 수 있는 자원을 제3보험사업의 서비스 제고를 위해 전문성을 확충하는데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다.
정봉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손해사정제도의 취지에 입각해 제3보험 손해사정의무화가 필요한 것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 제3보험에 손해사정을 의무화하는 나라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해사정사제도는 1977년 최초로 도입됐다. 1993년 '손해사정인관리규정'에 의거, 상해보험이 포함된 특종보험이 제1종손해사정사 업무영역으로 규정됨에 따라 일반상해보험도 손해사정이 이루어져 왔다. 2000년을 전후로 제3보험이 생명보험ㆍ손해보험간 자유화됐고 질병ㆍ상해ㆍ간병보험을 제3보험영역으로 신설하면서 손보사에서 하고 있던 일반상해보험의 손해사정이 확대됐다. 이후 2011년 1월 제3보험 손해사정의무화 제도가 법제화됐다.
보험업법 제185조 및 동법시행령 제96조의2에 의하면, 제3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는 손해사정사를 고용해 보험사고에 따른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게 하거나 외부의 손해사정사에게 업무를 위탁해야 한다. 손해사정는 사고접수 후 사고일시, 장소, 보험의 목적, 사고의 원인, 손해상황 및 손해액추산, 계약사항파악 등과 함께 사고증거자료의 보존과 손해방지장치 등을 수행하는 업무다.
정봉은 연구위원은 "정액형 상품이 중심인 생보사에도 손해사정의무제도가 필요한 것인지를 그 취지와 해외사례 검토를 통해 그 필요성과 국제적 정합성을 재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정액형 제3보험은 질병 발생 시 실제 발생손해액의 크기와 상관없이 약정된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손해액 사정을 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생명ㆍ손보사가 공통적으로 표준화된 담보를 취급하는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총의료비 중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급여비를 제외하고 법정본인부담금과 비급여본인부담금 중 일정비율을 보험회사가 부담하고 나머지를 가입자 본인이 부담하는 공동보험이므로 손해사정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에서는 제3보험에 대해 유자격 손해사정사를 요구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제3보험이 손해액의 크기를 조사하고 평가ㆍ사정할 부분이 없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의 보험사들은 많은 심사인력을 확보해 서비스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유자격손해사정인을 고용해야 하는 문제는 없다"며 "필요성이 의문시되는 제3보험의 손해사정의무제도를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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