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오늘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커밍아웃 날이다. 취임 후 열리는 첫 금융통화위원회인데다 이 총재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과거 한은 총재가 취임 후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 그리고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이 총재의 발언 때문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적다는 게 다수 여론이다. 그보다 한은의 수정경제전망치와 원화 강세 속도 조절과 관한 언급이 나올지 여부에 더 귀를 쫑끗 세우고 있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 = 이주열 총재 부임 후 첫 금통위다. 통화정책의 방향성과 더불어 수정경제전망치와 세부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준 금리 동결과 통화당국의 정책 스탠스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임 총재의 후보자 내정 후 나온 코멘트와 인사청문회에서의 답변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지난 한 달간은 후보자로서의 입장 때문에 통화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공식적으로 시장과 소통하는 첫 금통위에서의 말을 통해 신임 총재의 방향성을 보다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현재 통화정책에 대한 총재의 평가는 중립적인 것으로 보이나, 중장기적으로는 다소 통화 긴축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되며 이에 대한 추가확인이 필요하다. 또 전일 발표한 IMF 4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전세계적인 저인플레이션율의 영향에 대한 통화당국의 입장 재확인 역시 중요한 사안이다.
◆박동진 삼성선물 연구원 = 美 26대 대통령인 테디 루스벨트의 외교 정책은 “말은 부드럽게 하되,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 다녀라.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 you will go far)”라는 문구로 요약할 수 있다. 대외 정책 목표를 달성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외교적 논쟁보다는 군사력 시위가 효과적임을 의미하는 말이다. 새로 부임한 한국은행 총재의 시장 대응방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된다.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국회의원들의 훈계성 질문에 완곡하게 대답하며 직접적 마찰을 피했다. 반면,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인상이 늦춰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 표명을 분명히 했다. 가계부채를 감내할 수 있는 소득층이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아니고, 저소득 계층의 가계부채 문제는 사회안전망 확충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라는 빅 스틱(큰 몽둥이)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한편 전일 발표된 그린북에서는 최근 우리 경제 회복 조짐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하여 기존의 문구에서 일보 후퇴했다. 최근의 경기 회복세 둔화가 일시적이라고 언급한 만큼 정부측 경기평가는 여전히 긍정적인 상황인 가운데, 한국은행과 정부간의 공조가 금리인하의 형태로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지난 3월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모기지 유동화 시장 활성화에 대한 세부 방안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행이 공개시장조작 대상증권에 MBS를 포함시켜 기준금리를 움직이지 않고 모기지 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등 인플레 우려를 확대시키지 않으면서 가계부채 문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미시적 정책도구를 갖추게 된다는 측면에서 정부와 한은의 유력한 정책 공조 방안으로 사료된다.
◆김유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동결하며 정책상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보다는 한은의 수정경제전망이 중요하다. 지난 1월에는 2014년 국내 경제 성장률을 3.8%, 물가 2.3%로 예상했다. 경제성장률의 경우 집계방식이 바뀌면서 상향 조정의 여지가 있지만 물가 전망치는 1·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 상승에 그치면서 낮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가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경우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만큼 통화정책의 방향성에 있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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