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M&A 선결과제
건설사 M&A 활성화 방안으로 건설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꼽는다. 주택시장이 살아나야 건설업계 M&A가 속전속결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견 건설사들이 M&A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했던 것도 주택시장 정상화에 대한 자신감 결여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A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M&A 시장에서 건설사가 가장 하위 카테고리로 밀려난 것도 경기 침체에다 대형사 위주로 재편된 시장에서 해당 매물이 더 이상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발을 같이 담근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일반 그룹사 매물과 달리 지배구조나 복잡한 지분율 계산이 필요 없는 매물 특성상 경쟁력은 가장 중요한 지표다. 대형사 위주로 재편된 시장에서 매물로 나온 중견사들의 매력이 떨어지는 배경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M&A 시장의 길을 터 줬지만 기업들의 관심을 끄는데 다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정부가 지난달 초 M&A 활성화를 위해 국내 사모펀드의 지분 인수(개별사업 부분 인수)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주로 주택사업 위주인 국내 중견건설사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먹거리 찾기가 수월한 대형사들의 실적 악화도 건설 매물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거래소의 지난해 실적 분석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큰 폭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연결기준 1조280억원의 영업적자로 적자 전환했다. 이어 GS건설이 9354억원으로 뒤를 이으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밖에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동부건설, 계룡건설 등이 영업이익 하위 20개사 명단에 포함됐다. 적자로 돌아선 기업 1~3위도 건설사가 휩쓸었다. 이들 대형사들의 부진이 M&A 투자 여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반등 요소도 적지 않다.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몸살을 앓았던 건설사들도 올해는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는 무난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채상욱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위 8개 주요 건설사의 1분기 합산실적을 보면 매출 20조2000억원, 영업이익 5117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6%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할 것"이라며 "정상적 수준은 아니지만 비교적 수익성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호조세가 하위 업체들로 확산될 것인가다. M&A 건설매물 중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는 쌍용건설은 법정관리 속에서도 18개 사업장을 지켜내는 등 선방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건설사의 시장 점유율은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매물로 나온 건설사 모두 연 수익을 훨씬 웃도는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다"며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 규모를 줄인다 하더라도 매입하는 입장에서는 리스크 부담으로 선뜻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 M&A 전문가 역시 "정부가 주택시장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지만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 이들 건설사들의 적자구조가 전환되기 위해서는 초기 대규모 재정지원이 불가피해 M&A 시장에서의 건설 소식은 듣기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M&A 특별취재팀=조영신 차장, 박민규·배경환·김철현·이윤재·이창환·임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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