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중학교 개축·신축비용 조합에 부담… 사업시행인가 앞두고 발목 잡혀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강남권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는 개포동 일대가 학교 문제로 삐걱대고 있다. 개포주공 1~4단지와 시영 등 총 5개 단지는 지금보다 4000여가구 늘어난 1만6000여가구의 대단지로 바뀔 예정이다. 이에 교육청은 기존 학교 외에 추가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조합에 전달했다. 하지만 12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업비 부담에 주민들의 반감이 커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개포주공1~4단지와 시영 등 5개 조합은 부지 내 학교 신설 문제를 두고 최근 교육청과 4번째 협의에 들어갔다. 현재 이들 단지에는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 등이 있다. 교육청은 469명을 수용하는 개원초는 2763명으로, 개포초는 249명에서 1477명으로, 개포중은 572명에서 2166명으로 규모를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40학급 규모의 초등학교와 부설 유치원 신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은 사업비 부담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개축과 신축 등에 총 122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다. 더욱이 과도한 학생수 증가를 전제로 학교 개축과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개포주공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후 4000가구가 늘어나는데 교육청 요구는 현재 학급수보다 4~5배나 많이 확충하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재건축 후 단지 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 수를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개포동 주변부의 일부 초등학교가 이미 과포화된 점을 감안하면 재건축 후 단순 가구수 증가분만으로 학생 수를 계산해서는 안된다"며 "앞서 1단지의 학교부지 기부채납 문제가 교육청의 수용으로 수월하게 해결된 만큼 개포동 일대 교육여건에 대한 조합의 올바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1단지의 경우 지난해 초등학교 부지 기부채납 문제로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새로운 초등학교 설립에 필요한 용지를 요구한 교육청과 학교 개축 및 신축으로 아파트 동간 거리가 지나치게 짧아질 것이란 조합이 대립했던 것이다. 결국 교육청이 기존 초ㆍ중학교 땅이 넓은 점을 감안, 쪼개기로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개포동 일대 재건축 조합은 일단 학교문제에 대해 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규모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대 중개업소는 교육청과 조합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재건축 사업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개 단지 모두 조합 설립과 건축심의를 마쳤으며 2ㆍ3단지와 시영은 사업시행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여서 늦어도 4월 초 사업시행인가가 예상됐었다. 하지만 학교문제가 변수로 떠올라 진척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A중개업소 대표는 "학교를 개축하거나 신설하려면 아파트 단지 배치도까지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2단지 조합 관계자는 "사업 초기 소형평형 비율을 놓고 오랫동안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우다 해결됐나 싶더니 이제는 교육청과 학교건립을 놓고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업시행인가를 코앞에 두고 자칫 조합 내부에서 추진 동력을 잃거나 일부 비대위의 목소리가 커질 지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개포주공 1~4단지와 시영 등 5개 재건축이 몰려있는 개포지구의 재건축 물량은 총 1만2000여가구에 달한다. 강남권 최대 재건축 단지로 2ㆍ3단지와 개포시영은 지난해 하반기 건축심의를 통과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3단지(1160가구)는 지난해 10월 가장 먼저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올해 상반기 사업시행인가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2단지(1400가구)와 시영(1970가구) 역시 건축심의를 통과해 올해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4단지(2840가구)는 지난해 1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다음 단계인 건축심의를 준비 중이고 가구수가 가장 많은 1단지(5440가구) 역시 상가와의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건축 심의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개포지구 재건축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1단지 6600여가구, 2단지 1900여가구, 3단지 1300여가구, 4단지 3300여가구, 개포시영 2300여가구 등 총 1만6000여가구의 대단지로 거듭난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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