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지휘관, 자살 시도 알고 ‘집중면담’…별도 전문가 치료는 조치하지 않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부대 지휘관이 자살 징후를 파악하고 여러 차례 면담하는 등 관심을 기울였다면 군 자살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군 복무 중 자살한 박모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소속 부대 지휘관이 박씨가 목에 목을 매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음을 알게 된 이후 몇 차례 면담을 통해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고 박씨의 업무분담을 덜어주고 관심을 기울이도록 지시하기도 했다”면서 “상급자로서 보호 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결했다.
박씨는 2011년 2월 군에 입대해 4월부터 수의 장교로 근무했다. 부대 지휘관은 5월 교육장교로부터 박씨에게 목을 맨 상처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집중 면담을 했다. 다른 동료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박씨가 전문가 치료를 받도록 조치하지는 않았다. 가족에게도 자살 시도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박씨는 6월 부대 숙소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을 거뒀고,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2심 재판부는 부대 지휘관 등이 보호와 배려 의무를 게을리 한 책임이 인정된다면서 2억2500만원의 국가배상 판결을 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망인의 업무가 과중했다거나 구타나 폭언, 질책 등과 같이 자살을 유발할 만한 요인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외부 의료기관에 보내 진료를 받게 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했다고 하여 상급자로서 배려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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