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31일 해상사격훈련에 122㎜와 240㎜ 방사포를 대거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유출된 방산기술을 활용해 개량한 방사포를 전진배치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돼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은 12시 15분부터 3시 30분까지 7개 해역에서 8차례에 걸쳐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으며 이중 포탄일부가 NLL이남지역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4시 30분 현재까지 북한이 해안포와 방사포를 동원해 발사한 사격발수는 모두 500여발이다. 이중 100여발이 NLL 이남 우리해상을 침범해 떨어졌다. 북한이 이날 우리 측에 통보한 해상사격구역은 백령도 NLL 북쪽에서 연평도 북쪽 대수압도 인근까지 7개 구역으로, NLL 기준으로 우리측 수역에 최대 0.5노티컬마일(0.9㎞)까지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방산기술로 개발한 신형방사포 배치했나= 사격훈련에 등장한 방사포는 122㎜와 240㎜ 방사포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5월 300㎜ 방사포인 'KN-09' 6발이 동해상으로 발사됐다. 당시 발사로 처음 공개됐다. 이산가족 상봉 기간이었던 지난달 21일에는 원산에서 최대 사거리 180㎞로 추정되는 신형 300㎜ 방사포 4발을 발사했다.
보안당국은 300㎜ 방사포도 최근에 서해지역에 배치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300㎜ 신형 방사포는 자체 로켓 추진 유도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미사일급으로 평가된다. 특히 러시아제 위성 위치정보 시스템인 글로나스(GLONASS) 기술을 적용해 방사포 포탄에 유도 기능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탄약은 '이중목적 개량고폭탄(DP-ICM)'을 사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정밀유도장치를 탑재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 황해도 개머리진지에서 발사할 경우 평택 미군기지가, 개성인근에서 발사할 경우 육ㆍ해ㆍ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넣고 있는 위협적인 무기로 평가되고 있다.
수사당국은 'KN-09'에 국내 방산기업들이 개발한 포탄 제조 관련 기술을 적용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105㎜ 포탄은 탄두와 신관으로 구성돼 있다. 탄두는 국내 방산기업 풍산에서, 신관은 한화에서 생산한다. 이 기술들은 2006년에 이어 지난해 국내 방산장비 설비 업체인 K사 L대표에 의해 포탄 제작관련 도면 등이 미얀마로 넘어갔다.
당시 미국 재무부도 미얀마 군부가 북한과 군무기 프로그램을 거래한 혐의를 포착하고, 미얀마 군장교 한 명과 기업 3곳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리스트에 추가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린 대상은 미얀마 방위산업국(DDI) 소속 카우 뉜 우 중령과 기업 소 민 흐티케(Soe Min Htike), 엑셀런스 미네랄(Excellence Mineral), 아시아메탈(Asia Metal) 등 3곳이다. 이들 제재 기업들은 북한 관리들과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이밖에 최근 북한 최전방 포병부대에 배치된 방사포를 240㎜ 개량형도 교체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 방사포의 사거리는 기존 240㎜(사정 60㎞)보다 5∼10㎞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북한이 최근 방사포 5100여문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했다. '2012년 국방백서'에 나타난 4800문보다 300문이 늘어난 수치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최근 국내방산기업들의 협력업체들에 탈북자들이 다수가 취업해 있다는 정보를 수집하고 체계업체와 협력업체간에 설계도를 공유한 점 등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 4군단 보유 해안포만 1000여문= 2010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우리 군은 서북도서의 전력을 대폭 보강했지만 포병전력은 황해도에 주둔한 북한군 4군단에 비해 열세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해상 전력은 소형 함정 위주인 북한군에 비해 우리 해군이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황해도 장산곶과 옹진반도, 강령반도의 해안가를 비롯한 서해 기린도, 월내도, 대수압도 등에 해안포 900여문을 배치해 놓고 있다. 해주 일원에 배치된 해안포도 100여문에 이른다.
해안포는 사거리 27km의 130mm, 사거리 12km의 76.2mm가 대표적이며 일부 지역에는 사거리 27km의 152mm 지상곡사포(평곡사포)가 배치돼 있다. 또 사거리 83∼95km에 이르는 샘릿,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도 NLL 북쪽 해안가에 다수 설치됐다.
백령도와 장산곶의 거리가 17km이고 76.2mm 해안포(사거리 12km)가 배치된 월내도까지는 12km에 불과하다. 연평도와 북한 강령반도 앞바다에 있는 섬까지는 13km 거리이다. 북한은 서해 최전방지역인 장재도와 무도 등에도 사거리 20km의 122㎜ 방사포를 전진배치해 NLL 해상의 모든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북한은 서해 NLL 해상 전력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북한은 200t급 신형 전투함을 서해에 실전 배치했다. 신형 전투함은 작년 10월 김정은이 기동훈련을 참관하면서 처음 공개됐다. 사격통제장비를 갖춘 76㎜ 함포와 30㎜ 기관포를 장착했다.
76㎜ 함포의 사거리는 12㎞로 서해 NLL 해상에 배치된 우리 해군 참수리 고속정의 40㎜ 함포(4㎞)보다 길다. 북한은 작년부터 스텔스형 고속 침투선박(VSV)도 건조하고 있다. 시속 100㎞ 이상인 이 선박은 특수부대의 해상 침투용으로 분석된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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