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피의자 수사장면 촬영, 공익 인정 어렵다”…보도자료 배포 위헌 논란은 각하 결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경찰이 수갑을 찬 피의자의 모습을 촬영하도록 허용한 행위는 헌법에 어긋나는 인격권 침해행위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보험사기 피의자 정모씨가 “경찰이 촬영을 허가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면서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7(위헌)대 2(각하)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2012년 4월24일 사기 혐의로 구속된 정씨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 따라 수갑을 찬 정씨를 촬영하도록 허용했다. 방송에서는 수갑을 차고 얼굴을 드러낸 상태에서 경찰에서 조사받는 장면이 흐릿하게 처리돼 방송됐다.
이러한 모습은 방송 뉴스에서 사건 기사를 전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방송사의 이러한 취재 관행이 허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피의자의 얼굴 및 조사받는 모습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언론에 노출되는 일은 현재도 일어나고 있어 앞으로도 구체적으로 반복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사람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얼굴을 비롯해 일반적으로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촬영허용행위는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초상권을 포함한 일반적 인격권을 제한한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원칙적으로 ‘범죄사실’ 자체가 아닌 ‘피의자’ 개인에 관한 부분은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할 공공성을 지닌다고 할 수 없다”면서 “수사 장면 촬영은 보도과정에서 사건의 사실감과 구체성을 추구하고, 범죄정보를 좀 더 실감나게 제공하려는 목적 외에는 어떠한 공익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창종, 강일원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보도자료 배포 및 촬영을 허용한 행위가 포괄하여 형법 제126조의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면, 청구인은 피청구인을 수사기관에 고소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만약 수사기관이 불기소처분을 한다면 검찰청법에 따른 항고를 거쳐 법원에 재정신청을 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재판관은 “그러나 청구인은 위와 같은 권리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면서 위헌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헌재는 경찰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에 대해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면 수사기관을 상대로 고소해 행위자를 처벌받게 하거나 처리결과에 따라 검찰청법에 따른 항고를 거쳐 재정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권리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제기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면서 각하 결정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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