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26일 노동미사일의 가장 큰 특징은 서해에서 자국영공을 지나 동해상으로 발사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이번 노동 미사일 발사는 2006년 7월 5일과 2009년 7월 4일에 이어 5년여 만이다. 그동안 노동미사일은 동해에서 동해 해상을 향해 발사했다.
이날 군 관계자는 "그동안 노동 미사일은 동해상에서 발사했지만 이번 북한이 평양 북방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오전 2시35분과 45분에 탄도미사일 1발씩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노동 미사일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며 사거리가 1300㎞ 안팎에 달해 북한에서 발사할 경우 주일 미군기지가 모두 타격권에 들어가 있다. 특히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시간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맞춰져 주목된다. 한미일 3국 정상이 북한 핵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에 정면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1988년 옛 공산권의 붕괴에 따라 심각한 체제 위협을 느끼고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집중했다. 당시 사거리 300여㎞의 스커드 B/C 탄도미사일과 중국의 둥펑(DF-3) 미사일의 기술을 적용해 노동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지명으로 명명된 노동(蘆洞) 미사일은 스커드-B 엔진 4개로 이뤄졌다. 소형 엔진 4개를 하나로 결합한 '클러스터링' 방식은 대형 엔진을 실험하는 것보다 쉽고 비용이 적게 들어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미사일은 1990년 5월 한미 첩보망에 처음으로 포착됐다.
당시 정찰위성을 통해 수집된 노동1호 시제품을 분석한 결과 길이 16m, 직경 1.32m, 중량 16t, 탄두중량 1200㎏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1993년 5월 노동1호를 처음 시험 발사했고 500㎞를 비행했다. 노동1호는 북한의 수출용 미사일로 파키스탄과 시리아 등에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98년 4월과 2000년 8월 파키스탄이 시험 발사한 가우리 탄도미사일은 노동1호와 유사한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사거리 300km, 500km인 스커드-B와 스커드-C 미사일과 사거리 1300km의 노동미사일, 사거리 3000km인 중거리 미사일 등을 개발해 실전배치했다.
특이 이번 노동미사일도 차량에 장착된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해 발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동식 발사대를 장착한 차량은 수시로 옮겨 다니면서 미사일을 쏠 수 있기 때문에 군사위성이나 지상 레이더로 사전에 탐지하기 쉽지 않아 특히 위협이 되고 있다. 한미 첩보망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2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TEL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해 4월15일 김일성 100회 생일을 맞아 공개된 지름 2m, 길이 18m 이상의 ICBM추정 신형 미사일 'KN-08'은 중국군 산하 업체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 TEL에 탑재됐다.
정보당국은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를 스커드 40여대, 노동 미사일 40여대, 무수단 미사일 14대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1997년부터 실전 배치된 노동미사일은 200여기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작년 5월 북한의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최대 200대 가량 보유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는 당시 의회에 제출한 '북한 이동식 발사대 현황' 보고서를 통해 KN-02와 스커드-C/B/ER 단거리 미사일은 100대 이하, 노동 미사일 50대 이하, 무수단중거리 미사일(IRBM) 50대 이하 등으로 평가했다. 이는 우리 군과 정보당국이 추산한 최대 94대보다 2배가 넘는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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