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MMF 높은 수익률로 돌풍…은행권 질시, 당국은 규제 검토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알리바바가 앞장선 인터넷 업체들이 중국 금융시장을 무서운 기세로 파고들면서 견제와 우려를 낳고 있다.
알리바바의 인터넷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余額寶)의 수탁고가 지난달 말 현재 5000억위안(약 87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최근 중국 선전데일리가 전했다. 중국의 주식투자자 6700만명보다 많은 8100만명이 위어바오에 가입했다.
위어바오는 지난해 6월 출시된 이후 빠른 속도로 자금을 끌어들이며 금융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몇개월 동안 위어바오에 몰린 금액은 중국 전체 금융기관 예금 증가액의 20%에 이른다.
위어바오의 힘은 높은 수익률이다. 중국의 기존 은행은 이자를 연 3.3% 지급하는 데 비해 위어바오의 수익률은 연 7%에 이른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됐다고 하지만 연간 7%대이고 물가가 연 2%대씩 오르는 중국에서 3%대 이자를 받는 것은 돈을 맡기고 앉아서 손해를 보는 장사다. 이런 상황에서 위어바오가 나오자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자에서 위어바오를 조명하고 금융계에 파급된 영향을 진단하면서 알리바바가 금융시장에서 찾은 기회가 위험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는 위어바오 수탁고를 은행 간 단기 자금시장에서 운용한다. 지난해 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에 자금이 부족해지면서 은행 간 단기 금리가 치솟았다. 알리바바에는 좋은 기회였다.
금융권 애널리스트들은 그러나 은행 간 단기 금리가 높다는 것은 이익을 낼 기회이자 위험의 요소라고 본다고 NYT는 전했다. 높은 은행 간 단기 금리는 자금 스트레스의 징후이고, 상황이 나빠져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지급불능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인터넷 금융에 손실이 발생하고, 손실이 생기면 인출 사태로 번질 위험이 커진다. NYT는 위어바오는 이런 위험을 안고 있는 투자상품으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데도 현재 예금인 것처럼 홍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알리바바와 바이두, 텐센트 등 금융에 진출한 인터넷 기업들은 법 테두리 안에서 영업하고 있고 수탁 자금을 위험이 낮은 곳에 운용한다고 대응하고 있다.
위어바오는 수익률도 좋지만 투자가 간단하고 편리하다. 은행권의 재산관리상품(WMP)과 달리 최저 가입한도를 두지 않아 1위안 단위로도 넣을 수 있고 언제라도 인출할 수 있다. 또 매일 휴대전화로 이자 확인이 가능하다.
알리바바는 자회사 알리페이를 통해 국유 톈홍(天弘)자산운용과 제휴해 위어바오를 출시했다. NYT는 알리바바가 운용하는 자금이 400억달러라고 하면 알리바바와 제휴사들은 연간 2억5000만달러를 운용수수료로 챙긴다고 전했다. 인터넷 금융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여수신금리 규제에 따라 형성된 큰 폭의 순이자마진에 기대 이익을 안정적으로 올린 국유은행들에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기존 금융권의 견제 심리는 지난달 말 중국 공영방송 중앙채널 CNTV의 뉴엔싱 금융부 편집장을 통해 표출됐다. 뉴 편집장은 "위어바오는 은행 몸에 붙은 흡혈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동안 중국 금융당국은 인터넷 기업들이 금융시장에서 은행들보다 폭넓게 영업하도록 허용했다. 이는 금융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을 제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자율 통제를 느슨하게 한다는 취지에서였다고 금융권 애널리스트들은 풀이했다. 그럼으로써 중국 경제의 위험 요인인 그림자 금융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던 중국 금융당국이 논란이 일자 최근 인터넷 금융을 통제할 새로운 규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해 6월 한 강연에서 "중국 금융 규제가 소액 투자자와 일반 소비자를 질식시키고 있다"며 은행 금융 서비스 분야를 뒤흔들어놓겠다고 약속했다. 마 회장이 은행권의 견제와 그에 따른 당국의 규제를 넘어설 수 있을까?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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