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한국거래소가 올 상반기 중 정규 거래시간을 연장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당초 중장기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주식시장 세계화와 활성화를 위해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달부터 가동되는 신시장 시스템 '엑스추어 플러스(EXTURE+)'를 통해 오는 6월까지 가시화에 속도를 낸다는 복안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3일 "올 상반기안에 거래시간을 오후 4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과도 관련협의를 일정부분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엑스추어 플러스'에 거래시간 연장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상반기 내에 정규시간을 연장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거래소는 단순히 국내투자자의 거래량을 늘리는 것보다 해외 증시와의 거래공백을 줄여 외국인투자자들을 더 끌어 모은다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거래소 선진화 전략'을 통해 "이제 세계 주식시장은 아시아, 유럽, 미주 시장이 이어지는 24시간 체제가 됐다"며 "우리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거래시간을 오후 4시로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금융당국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시장에 혼선을 줬다는 비판이 일었다. 증시 거래시간 연장을 포함한 거래소의 규정 변경은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현재 거래시간 연장에 대해서는 업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따라서 거래소가 업계를 제대로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무금융노조 증권본부도 "자본시장 활력을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애꿎은 증권노동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영미권 국가들과 다르게 아시아국가 개장시간은 홍콩과 중국이 4시간, 일본과 대만은 4시간30분, 인도는 5시간30분으로, 우리가 아시아국가 중에서 가장 길다"며 이번 안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도 "2000년 점심시간을 폐장한 이후에도 거래대금이 크게 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5년 넘게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거래대금이 정규시간 연장으로 바짝 오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대감을 피력하는 쪽도 있다. 모 증권사 사장은 "전세계 자본시장을 한 시간대로 엮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뉴질랜드에서 시작해 도쿄와 서울, 대만과 싱가포르, 미국까지 시간대를 하나로 모아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한다는 점에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거래소 직원들 역시 근무시간이 늘어 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전제한 뒤 "거래시간 연장은 단순히 거래량을 늘린다는 개념이라기보다 해외투자자들을 유치하는데 가장 큰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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