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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이제는 브라질월드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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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이제는 브라질월드컵이다 한국 축구 A대표팀[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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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가 다녔던 신철원초등학교는 해마다 봄이 되면 갈말면(이제는 갈말읍)을 대표해 철원군 면 대항 초등학교축구대회에 출전했다.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열심히 연습했는데 이때 몇몇 풍경이 지금도 고화질 TV 화면처럼 또렷이 떠오른다. 먼저 축구공에 바람을 넣는 장면이다.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를 넣는 기계를 이용해 수시로 축구공에 바람을 넣어야 했다. 처음에는 자전거를 수리하는 가게에 가서 바람을 넣었지만 워낙 공이 자주 쭈그러지다 보니 자전거 가게 주인에게 기계를 빌려 학교에 놓아두곤 했다. 그 무렵 축구공에 담긴 기술력은 그저 그랬다.

또 하나는 강한 바람이 불어 흙먼지가 일면 바람 반대 방향으로 서서 잠시 연습을 중단하던 장면이다. 봄만 되면 웬일인지 바람이 세게 불곤 했다. 바람이 불면 맨땅인 학교 운동장은 앞을 보기 힘들 정도가 되곤 했다. 숨이 차서 잠시 입을 벌리면 입안에 모래 먼지가 씹혔다. 선수가 아닌 아이들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올 때쯤이면 벼 그루터기가 삐죽삐죽 나와 있는 학교 앞 논바닥에서 조그만 고무공을 차며 놀았다. 그루터기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무르팍에 생채기가 나곤 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해가 서녘 산등성이에 걸릴 때까지 공을 차며 놀았다.


중학교 때는 학교에 축구부가 없었다. 흔하디흔한 축구 골대도 없었다. 야구부 선수들이 연습하다 다칠까 봐 아예 골대를 세우지 않았단다. 그래도 아이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공을 차고 놀았다. 정식으로 경기를 한 게 아니고 축구공 2개를 그냥 몰려다니면서 찼다. 고등학교 때도 축구부가 없었지만 제법 그럴 듯한 팀을 만들어 공을 찼다. 목표는 서울시교육감배대회에 나가는 것이었다. 후보 선수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훈련했다. 그때 중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한 친구에게 들은 얘기를 스포츠 기자가 된 뒤에 여러 차례 써먹었다. “슈팅은 마지막 패스다.” 그 친구는 ‘슛을 세게 하려 하지 말고 구석을 보고 정확히 차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이 말을 살짝 각색해 만든 말이다.

군대 축구 얘기는 밤새 해도 모자랄 듯하다. 글쓴이는 전방 ○사단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했다. 후방 부대에서 6주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신병을 받아 4주 동안 주특기 교육을 하고 예하 연대로 보냈다. 그런데 기수마다 200여명의 신병을 받으면 신기하게도 초등학교든 중·고등학교든 아니면 실업팀에서든 축구 선수 생활을 했던 신병이 한두 명씩은 꼭 있었다. 그래서 그럴 듯한 팀이 꾸려졌고 교육 일정이 끝날 무렵 조교들과 친선경기를 했다. 이긴 쪽이 PX에서 파는 ‘브라보콘’을 사서 진 쪽에 주곤 했다.


대학에 복교한 뒤에는 복학생팀으로 재학생팀과 자주 경기를 했다. 10분도 못 뛰고 헐떡거리며 교체된 일, 기자협회축구대회 때 동기 녀석이 무리하다 발목이 부러진 일들은 요즘도 심심찮게 술안주가 되곤 한다. 이 정도 축구 관련 일화는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터.


소치 동계 올림픽이 끝나서인지 허전하다고 말하는 스포츠팬이 꽤 있다. 그런데 오는 5일이면 제20회 브라질 월드컵 축구 대회 D-100이다. 또다시 스포츠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기회다. 글쓴이의 축구 일화 대부분은 한국이 월드컵 축구 대회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때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통산 9회, 8회 연속 월드컵에 나서는 단골손님이 됐다.


가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 열리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스포츠팬들에게 다가간다. 올해는 1994년(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미국 월드컵 축구 대회·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 이후 4년 마다 한 번씩 즐기던 3대 스포츠 이벤트가 개최되는 마지막 해다. 2018년에는 평창 동계 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 축구 대회가 열리지만 하계 아시아경기대회는 볼 수 없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2009년 7월 싱가포르 총회에서 제18회 아시아경기대회를 2020년 하계 올림픽(당시에는 개최 도시 미정, 2013년 도쿄로 결정) 전해에 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019년 아시아경기대회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고 다음 대회는 2023년에 열린다. OCA가 양대 스포츠 이벤트를 피해 간 것이다. 아시아축구연맹이 2007년부터 아시안컵을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해를 피해 개최하고 있는 것과 같은 발상이다. 3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마지막 해에 스포츠 팬 여러분,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맘껏 즐기시라.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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