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 막연한 기대감…이슈보다 내재가치 따져봐야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민영화 이슈에 공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기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영화 자체보다는 새로운 최대주주가 누구인지와 기업의 내재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전장보다 2750원(6.97%) 상승한 4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전일 대비 9.76%까지 오르기도 했다.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GKL 민영화 가능성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다음날인 26일 정부가 GKL 민영화는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했지만 전일대비 0.83% 소폭 하락한 4만1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민영화 얘기가 거론됐을 때 주가가 급등한 사례는 많다. 지난해 6월26일 우리금융은 민영화 재개 기대감에 전 거래일보다 5.37% 오른 1만400원에 장을 마쳤다. 2008년 8월12일 한국토지신탁은 장중 전일보다 9.41% 오른 1570원에 거래됐다. 종가는 1565원이었다. 정부가 한국토지신탁을 공기업 민영화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발표했던 영향이었다.
그러나 민영화 이슈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이다. 실제로 한국토지신탁의 경우 정부 발표 한 달 뒤인 9월 8일 종가는 1190원에 머물렀다.
민영화 이후 오히려 안 좋아진 경우도 있다. 대한중석은 1994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민영화 1호 기업으로 불렸다. 거평그룹에 인수됐지만 그룹이 부도 처리되는 불운을 맞았다.
민영화 후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민영화 때문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2009년 4월 최대주주였던 토지공사가 주식을 매각하며 사실상 민영화된 이후 현재 안정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는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민영화 자체보다는 회사 주인이 누구인지와 회사 내재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신탁의 시가총액은 민영화 전인 2008년 8월8일 3000억원에서 현재 4500억원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 또한 민영화가 주가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가 아니라고 전한다. 한종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민영화랑 주가상승을 연관시키기에 무리가 있다"며 "영업환경자체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재경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영화를 하면 경쟁 등을 통해 회사 효율성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본적인 전제가 있어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면서도 "민영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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