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설 계기 2차 이산가족 상봉에 참석한 북한 기자와 보장성원(안내원) 등 관계자들은 상호·비방 중상을 중단하자는 ‘중대제안’은 계속 밀어붙일 ‘특명’이라고 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표시해 주목을 끌었다.
이산가족 상봉단과 동행한 기자단과 북한 관계자들은 23일 만찬과 24일 낮 12시 오찬장인 금강산 호텔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 남한의 국가안보실 개편,북한의 ‘중대제안’과 마식령 스키장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군부의 영향력에 대해 묻자 이들은 “신경쓰지 말라”면서 “이번에 군부가 다 보장해줘서 행사 잘 치르는 것 아니겠냐”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특히 ‘중대제안을 앞으로 계속 밀고 나가느냐’는 물음에 그는 “아 그럼,그것은 특명이야 특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우리가 북남관계 빌고 그렇겠다는 것 아니다”면서 “3년 넘게 싸우고 그랬는데 갑자기 만나서 뽀뽀할 수 있겠느냐? 일단은 손부터 좀 잡고 시간이 걸리겠지”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중대제안은 북한 국방위원회 명의로 지난 1월16일 발표한 것으로 같은 달 30일부터 상호 비방·중상을 중지하자는 제안이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제 머리를 한 번은 굴리는 분이라고 얘기 들었다”면서 “그 얘긴 자기 생각이 있다는 얘기 아니겠냐.그렇다면 뭐 잘되지 않겠어”라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표시했다.
역대 통일부 대변인 계보를 줄줄 꿰고 있는 한 관계자는 “천해성 대변인이 관상으로 봐서는 안정감 있고 어디다 강약을 줘서 말해야 하는지 말을 아는 대변인이었다”고 평가하고 “써준대로 읽는다고 다 같은 대변인이 아니다. 천 대변인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워낙 경험이 많아 알아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안보실 개편과 관련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했다. 그는 “비서관 얼마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을 왜 그렇게 했냐”고 취재단에게 묻고 “그래도 안보실에 통일부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들은 고위급 접촉 당시 상황도 전했다. 이 관계자는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것 있잖아”라고 운을 뗀 뒤 “보통 통일부가 회담을 하면 밤늦게나 새벽까지 끝날 것 같으면 음식을 챙겨주는데 청와대는 뭐 하나 없더라.우린 배 쫄쫄 굶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그게 남한이 돈이 없어서 안줬겠어”라고 묻고 “그럴 마음이 없으니까 안준 거겠지”라고 자문자답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