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1.힐튼호텔은 지난해 8월부터 '힐튼 환잉(歡迎)'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에 따라 힐튼호텔은 아침식사 메뉴에 죽ㆍ딤섬 등 중국음식을 추가했고 식탁에 젓가락과 간장접시를 갖춰놓았다. 또 중국인 관광객이 묵는 객실 테이블에는 여러 가지 중국차를 올려둔다.
#2.중국 온라인여행사 취나는 지난해 미국 나스닥을 통한 기업공개(IPO)에서 1억6700만달러를 조달했다. 취나 주가는 거래 첫날 공모가 13달러의 두 배로 뛰어올랐고 요즘에도 26달러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인 해외관광객이 올해 연간 1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 여행 관련 업계가 서비스를 중국인 입맛에 맞추고 있다. 또 중국인 해외여행객 증가로 수혜를 볼 업종과 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차이나데일리는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 업계와 관광지, 투자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 양상을 소개했다.
연간 1억명의 중국인이 세계 방방곡곡을 찾아가면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중국인을 반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FT는 태국 방콕에서 스리랑카 콜롬보로 날아가는 국제선 여객기를 예로 들었다. 식사 시간이 되면 방콕발 스리랑카행 여객기 승무원들은 중국어가 적힌 기내식 메뉴판을 돌린다. 중국인 관광객이 스리랑카에도 몰려든 이후 생긴 변화다.
해외여행을 포함한 중국의 관광업이 급속 성장하자 중국 여행사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도 뜨거워졌다. 취나의 경쟁사 씨트립은 최근 전환사채(CB) 5억달러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투자 열기가 예상보다 훨씬 달아올랐고 씨트립은 결국 CB 발행규모를 8억달러로 키워야 했다.
중국인의 해외관광이 세계 여행업계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여행객 숫자도 많고 씀씀이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즐긴 중국인 관광객 수는 970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최근 차이나데일리가 중국 국가여유국(國家旅遊局) 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중국인이 2010년 약 6000만명이었다가 3년 새 60% 넘게 증가한 것이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아직 지난해 해외여행 지출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상최고액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중국인의 2012년 해외여행 지출은 1020억달러로 전년도의 730억달러에 비해 약 40% 증가했다. 중국은 국가별 해외여행 지출 순위에서 2005년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7위를 차지했다. 그러다 2011년에 3위로 올라선 데 이어 2012년에는 미국과 독일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송뤼 중국사회과학원 여행연구센터 소장은 차이나데일리에 "중국인 관광객은 해외에서 손이 커 외국인들이 '걸어다니는 지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송 소장은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중국 관광객들이 럭셔리 제품을 쓸어담는 모습을 본 영국인들이 '페킹 파운드'라는 말을 만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페킹 파운드는 영국 화폐 '파운드'와 중국 요리 '페킹 덕'을 합성한 말로, 중국인의 구매력을 나타낸다.
여행연구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미국을 여행한 중국인은 1인당 평균 7107달러를 썼다. 같은 해 미국에 놀러온 해외여행객의 1인당 평균 지출은 2440달러였다고 미국 상무부는 집계했다.
캐서린 응 피델리티 투자담당 이사는 FT에 "우리 회사 펀드매니저들은 한국의 화장품과 면세점, 필리핀의 카지노, 호주의 교육 같은 테마주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항 관련주도 인기다. 시드니공항 주가의 지난 12개월 상승률은 같은 기간 오스트레일리아 지수 상승률보다 3배를 기록했다. 태국공항 주가는 같은 기간 약 66% 급등했다.
증권사 CLSA는 중국인 해외관광객 수가 2020년에 2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7년 이내에 두 배로 증가한다고 전망한 것이다. 애론 패셔 CLSA 애널리스트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000달러를 넘으면서 해외 관광객이 급증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의 1인당 GDP는 7000달러 정도이며 일부 대도시 지역에선 이미 이 수준 위로 올라섰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약 430만명으로 집계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2020년에는 방한 중국인 1000만명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세계 관광명소 곳곳에서 환대를 받는 중국인이 앞으로도 이제까지 증가율로 한국을 찾으리라고 보는 것은 낙관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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