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완화 효과, 1월 거래량 작년보다 4배 증가
전셋값은 17개월째 상승 VS 월셋값은 10개월째 하락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국회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효과가 시장에서 본격 나타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고 급매물이 소진되며 올해 초 아파트 거래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66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34건)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1월 거래량으로는 2008년(5267건) 이후 최대치다.
생애최초 취득자에 대한 취득세 면제, 양도소득세 5년 면제 혜택이 작년 말 종료됐으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 규제완화 효과에 기대 수요자들이 움직인 것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사업추진 속도가 빨라지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가락동 가락시영1·2차 아파트와 잠실 주공5단지는 1월 한달간 500만∼2500만원 정도 올랐다. 지난해 말 가락시영은 사업시행 변경 인가, 잠실 주공5단지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게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설 이후에도 거래시장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구입자금을 지원하는 통합 정책모기지(주택담보대출)인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이 연초부터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점이 우선 그 배경이다. 디딤돌대출은 지난달 출시 이후 4000여명이 신청해 1300건의 대출이 승인됐다.
실수요자들의 인기가 높은 소형 아파트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수도권 60㎡ 이하 소형 아파트의 경매 물건 하나에 평균 8명 이상이 몰리고 있다. 낙찰가율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90%대에 올라섰다.
매매시장에선 온기가 퍼지고 있지만 전·월세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의 1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 전셋값은 무려 17개월 동안 상승했다. 주택 시장의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월셋값은 10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박기정 한국감정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인해 중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의 매매전환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도 "전셋값은 매물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방학시즌 학군수요와 봄 이사철, 결혼수요 등이 누적돼 오름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거래 정상화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급불균형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들어 전세 수요를 매매로 전환시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과열기에 만들어진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함께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지난달 회원사를 상대로 올해 주택경기에 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정부가 가장 시급히 시행해야할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53%가 DTI폐지 등 금융규제 완화와 세제지원 확대를 꼽았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LTV·DTI 등 금융규제는 본래 은행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금융규제가 완화돼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부동산 거래 정상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 자체적인 감독 기능을 강화하면 가계부채 등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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